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하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서울이 어떠한 곳이라고 말하면 딱히 뭐라고 말할까 망설여 질 때가 많았다.

다른 나라들의 대도시 못지 않게 서울도 거대 도시중의 하나일 뿐 아니라 현재도 그 모습을 빠르게 바꿔가며 성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막상 서울을 소개하라고 하면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하거나 요즘 뜨고 있는 거리 또는 맛집을 대충 소개해 줄 뿐  그 의미나 가치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을때가 많았다.

그래서 내고향 서울에대해 좀더 알아보고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먼저 이 책은 크게 공존: 외롭지 않을 만큼의 거리, 애도: 나는 그 빛이 이끄는 대로 그대를 순례한다, 사유: 응축된 시간과 장소를 기억하다, 이렇게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분마다 저자는 역사적, 문학적, 예술적 의미가 담겨있는 장소를 찾아가 그 주변을 둘러보고 그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여 소개해 주고 있다.

때로는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여행도 해 보고 때로는 그 장소의 주인공과 인터뷰를 하며 주인공의 생각을 들어보는 형식도 취하여 책을 읽는 내내 이것저것 다양하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저자가 소개한 대부분의 장소들이 나에게도 매우 익숙한 곳이었지만 이 곳들이 이렇게 역사적 의미가 있었는지, 서울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아픔을 함께 한 장소였는지 미쳐 몰랐기 때문에 나도 저자처럼 다시 이곳에 찾아가 의미있고 꼼꼼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느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전혜린을 기억하며 찾아간 학림다방은 나도 대학생 시절 몇번 가본 적이 있고 그 장소의 의미도 저자가 소개한 만큼 알고 있었지만 과거 지식인들이 그 장소에서 시대를 아파하고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며 지식인의 책임을 다하려 모인 장소였다면 나는 그저 사람을 만나 단지 편안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 공간에 불가하다는 생각에 과거 지식인 선배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서울 곳곳이 낡은것을 버리고 새것으로 갈아 입는 중인데 가끔 나는 예전 것을 고수하며 개발을 반대하는 모습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았었다.

하지만 내생각대로 개발만 한다면 서울의 모습은 점점 발전할 지는 몰라도 과거의 추억이 몽땅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때문에 박경리 선생님의 정릉집처럼 주변의 개발에 묻혀 사라져버리기 보다는 과거 선생님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위해 함께 공존하는 방안도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은 모르지만 내가 더 나이가 들어 나의 어린시절을 되돌아 볼때 추억할 만한 장소가 너무 많이 변해버리거나 사라져 버렸다면 왠지 섭섭하고 슬프겠지만 그래도 추억할 만한 무언가가 남겨져 함께 공존하고 있다면 그것 때문에 내 자식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 거리가 더 풍성해 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의 근현대의 모습과 시대의 아픔을 함께한 지식인 또는 에술가의 흔적을 찾아 추억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은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