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실망이라는 단어를 내 입과 머리에서 뱉어내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번에 주욱 잡고 읽어 내려가기에는 내 부족한 지식이 발목을 잡았다.

특별이 어려운 문체도 특별이 함축적 내용의 연속이지도 않은 이 소설의 어떠한 부분 때문에라면 소재 속에 도구가 그 이유였다. 탈북자, 살인,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연결해주는 리니지라는 온라인 게임. 아마 내가 리니지를 조금이라도 접해보았고 소설속에 등장하는 리니지 바츠혁명전쟁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있었더라면 시선과 뇌 활동을 더욱더 깊숙이 글속으로 끌어 들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복단을 비롯한 리니지 바츠 혁명에 참여하였던 혈맹원의 이름들. 낯선 장르의 낯선 이름들이 마치 외국 소설을 읽으면서 오는 이름들의 혼란을 자아내었지만 소설의 구성이 주는 그리고 문체가 주는 나레이티브는 마지막 장을 읽어 내리고 책장을 덮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중간 중간 딜레이나 인터넷을 뒤져 소설속 리니지 혁명의 이야기를 뒷 배경들을 찾아내는 수고로움이 있었으나 어떻게 보면 그것 마져도 이 소설 '유령'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쿠사나기와 그의 현실속 연인이면서 가상속 연인이기도 한 인형사(마리) 소설속에서 둘은 직접적 만남과 사랑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쿠사나기의 회상속에 등장하면서 마지막까지 그 관계의 모호함과 애틋함이 착각이냐 현실이냐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묘함이 있고 그 외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주인공의 게임 세계와 현실 세계 속에서 흥미로운 줄다리기와 그에 걸 맞는 사건 전개를 통하여 탈북청소년들과 탈북자들의 생활을 신파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 이해하게 하였다는 점이 좋았다.

 

시간이라는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을 책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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