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미국생활을 정리하면서 이삿짐의 부담으로 기부를 하거나 팔아버린 책들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어느새 내방의 이곳 저곳을 가득매워버린 책들. 2011년 4월 부터 2012년 3월까지 인터파크에서 구매한 책만 144권.  글쟁이로 살아가고 있는 놈 티낸다고 잡식이라고 농을 던지는 사람들. 만화책, 인문 철학책, 추리소설, 역사서, 해부학, 법학, 언론학. 내가 쓰는 글에 따라서 늘어나는 책들. 책들만큼 많은 글을 뽑아내지 못한게 자뭇 아쉽고 내글이 아니라 남의 글을 보고 감탄하는 내 자신이 때로는 초라해 보이지만 그래도 책이 쌓이는 만큼 내 글도 쌓이고 내 지식도 쌓이고 카드 값도 쌓인다. 

읽지 않은 책은 책장에 꽂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벽한켠 쌓여 있는 책들도 제법있지만 내 식욕 상태로 봐서는 그리 오래동안 쌓여 있지 않을 것이고 그것들을 위해 또 새로운 책장을 들여 놓아야한다. 하지만 누군가 책을 선물한다면 함박웃음을 지을 나이다. 

예전 내가 한국을 떠나기전 서점에 쭈그리고 앉아 이책 저책을 뒤져보던 나는 어느덧 나이가 들어 집에 커피 한잔 타놓고 인터넷 앞에 앉아 인터넷 서점을 뒤적인다. 내가 읽어보고 내용을 살펴보기보다는 나보다 앞서 책에 족적을 남긴 다른 책벌래들의 리뷰를 보고 책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세월도 변하고 시대도 변하고 나도 변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것은 여전히 내주변을 감싸고 있는 책이고 읽으면서 행복한 것이 책이라는 것이다. 

사족이 길었습니다. 
모두들 올한해 책 많이 읽으시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