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우연히 친구랑 보게된 영화한편. 용의자 X의 헌신.
그 영화 한편이 나에게 이 소설을 꼭 읽어 봐야겠다는 마음을 같게 하였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사 이래 최초로 3개 부문 베스트 1위를 기록한 히가시노 게이고
새로운 추리소설. 2006년 나이키상 수상작.

표지에서 보여지는 화려한 수식어구들을 무시한체 책장을 넘겼다.
이전 일본 추리소설에서 흔히 보여지는 잔혹함, 눈살을 찌푸릴 정도의 엽기적 인간성
피가 낭자한 호러가 아닌 마치 근 10년간 미국에서 그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치밀한
형사기법과 법의학이 기초가된 CSI를 비롯한 수사물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을 일본식으로
보여주는 그러한점이 더욱더 이 소설을 끌리게 하였다.

우선 머리속에 있던 모든 영화적 이미지와 결말을 말끔하게 지우고
첫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주말 내내 음악과 함께 침대에 몸을 파묻고
읽어 내려갔다. 해가 뜨고 밥을 먹고 다시 책장을 넘기고 다시 해가 지고 눈을 뜨고 
다시 책장을 넘겼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는 새로운 영화 이미지들이 그려졌다. 
그리고 역시 원작을 따라갈 만한 영화는 만들어 지기 힘들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게 되었다.
소설의 문장과 문장 사이 책장과 책장을 넘기면서 느끼는 긴장감과 생동감을
영화는 그리 완벽하게 그려 내지 못한 것 같았다. 

천재 교수가 하나씩 만들어가는 추리.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밝혀지는 진실. 
우리들으 너무나 많이 접해 왔기 때문에 쉬이 넘겨 버릴 수도 있는 추리들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그만의 철학 그리고 인간적 갈등과 정서. 
서양의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것들이 가득차 있었다. 
반전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그 반전에 숨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
하지만 지나친 기대였을까 마지막장을 끝내고 책을 덮었을 때는 내가 영화의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때 느꼈던 허탈감이 다시 들고 말았다. 좋았지만 아쉬운 그런 느낌.
내 지나친 기대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고 영화를 이미 봐 버렸기 때문일 수 도 있었지만
그냥 내 솔직한 느낌은 그러했다. 

하지만 추리 소설을 좋아 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일본 추리소설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는 사람인데 아직 이 용의자 X의 헌신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면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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