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종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인 <달고 차가운>은

크게 보면 재수생인 '강지용'과 '민신혜'의 사랑이야기이예요

하지만 로맨스 소설처럼 달달한 사랑이 아니라

칼날처럼 차가운 사랑이 공존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용은 소위 상류층 자제로 이름을 말하면 왠만해서는 알만한

서울 사립대 영문학과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강요에 못이겨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신혜는 학원을 다닐 돈이 없어 밴드 활동을 하는 친구 대타로

재수학원을 다니며 서로를 알게 되어 갑니다

그러던 중 신혜가 11살 때부터 친엄마에게 성매매를 강요당하며 살았고

지용은 진짜 지옥에서 살고 있는 신혜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미국으로 도피하게 되는데요

다른 사람도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칠 정도로 소심했던 지용은

신혜를 사랑하면서 엄마에 의해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삶을 살아가던 것에 대한 반감이 점점 더 깊어지고

신혜를 위해 살인까지 감행하지만 사실은 신혜에 대한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는데..

 

 

"악을 없앨 방법은 악밖에 없을까?"라는 신혜의 물음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러모로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데요

어떻게 하면 사랑을 위해서 살인까지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다른 사람을 마음을 이용해 살인을 하게 만들까 싶기도 하네요

첫사랑을 하기 전까진 엄마에게, 그리고 신혜를 만나면서 그녀에게 휘둘리기만 한 지용은

그렇게 평생 범죄자로 그 무거운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 생각하니 씁쓸하기도 했는데요

사랑은, 인생은 달기만 한 것이 아닌 차가움도 공존하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지용을 그렇게 극단적으로 몰아간 건 신혜의 이기적인 사랑이기도 했겠지만

그 배경엔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한 것과 입시지옥이라는 현실도 한몫한 게 아닌가 싶었답니다

<달고 차가운>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작품 몰입도도, 가독성도 좋았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까지 있어서 오랜만에 좋은 작가를 찾아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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