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한시 러브레터'라는 제목을 보고 연애 에세이인 줄 알았다

게다가 '한시'를 '漢詩'가 아니라 '1時'라고 생각했음ㅋㅋㅋㅋㅋㅋ

 

근데 알고보니 한문 시, 한시(漢詩)였고 연애 에세이가 아니라 한시를 소개하는 책이었다

 

한시 중에서도 그냥 혼자 지은 작품이 아니라

누군가 대상을 두고 편지로 보내는 작품을 추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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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를 다룬 책이라서, 제목에 러브레터(Love latter)라는 외국어를 쓰기보다는

연서(戀書)정도의 한자어가 더 어울리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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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시를 낯설게 느끼는 보통 사람들을 독자 타깃으로 삼기에게는

러브레터라는 더 익숙한 표현이 나을 것 같기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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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총 네개 챕터로 나누어 한시를 소개하고 있는데

한시의 원문과 해석, 해설 모두 나오는 것은 물론

그 한시에 얽힌 다른 것들(한시 작품과 별도로 붙인 편지, 작자의 설명, 관련 에피소드, 역사적 배경 등)도 다양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우선 큰 챕터만 보면 아래와 같다

 

 

 

1부는 친구에게 보내는 한시

2부는 가족이나 연인 간의 한시

3부는 알레고리가 잘 드러나는 은근한 한시

4부는 어떤 선물과 함께 보내는 한시에 대한 소개이다

 

1부는 우정에 대한 부분이지만 공감이 별로 안됐다

 

여기 나오는 우정들은 내가 겪고 느끼는 우정과는 다른 개념 같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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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들, 한량들 이야기라 그런건지 

우정 이야기 느낌이 많이 안들었고, 선비들 글솜씨 엿볼 수 있는 챕터 정도로만 느껴짐

 

근데 2부로 넘어가면서 가족/연인 간의 이야기가 나오니까 공감이 확 되더라

 

1부에선 정말 나랑 공통분모가 하나도 없었음...ㅎㅎ

 

2부는 술술 잘 읽히고 지루함이 안느껴졌다

 

1부보다 확실히 집중이 잘 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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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기 쉬운 가족/연인간 사랑 이야기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홍랑, 매창 작품처럼 이전에 본 적 있는 유명한 작품이 나와서 그랬던 것도 있는 듯 하다

 

근데 다시 3부가 되면서 1부 읽는 느낌이 됐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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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지도사 양성과정 수업 중에 모르는 어휘가 5% 넘는 책은 자기 수준보다 높은 책이라고 그랬는데

이 책에서 내가 모르는 어휘는 모르긴 몰라도 5%는 넘을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읽는 도중 사전을 많이 찾았음ㅠㅠㅋㅋㅋㅋㅋ

 

또르르.......☆

 

어휘력 부족을 절감하며 읽었는데

특히 한자 어휘를 많이 모르는 것 같아, 한자 공부 좀 해야겠다고 맘 먹음

 

탄솔하다, 영전, 뭉근하다 등등 낯선 말이 많았다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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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인터넷 검색해보면서 읽었는데

그렇게 시 다 읽고 이어지는 설명 부분 읽어보면 설명에 그 단어 뜻풀이 있어갖고

좀 허무해진 경우가 여러번 있었음ㅋㅋㅋㅋ

 

그래서 또 뒤에 나오겠지 하고 안찾아보면 안나와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냥 현대시도 어려워하는지라 한시는 해석하기 더 어렵더라

 

각주와 설명을 하나 하나 짚어가면서 읽어야해서 번거롭고 시간도 걸렸는데

그렇게 하나 하나 짚어가며 읽으니까 꼭꼭 씹어 먹는 느낌이랄까?

귀찮긴 해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어 좋았다

 

단어 뜻과 작자가 숨겨놓은 뜻, 배경으로 있는 고사를 찾아가며 읽으니까 재밌긴 재밌음ㅎㅎ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는 걸 전공 공부로 하니까 힘들었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암튼 하나씩 풀어가면서 읽는 것의 절정이 이학규의 한시였다

 

아내에게 보내는 수수께끼 형식의 시였는데

알고보면 별 말 아닌 걸 엄청 둘러 써놨더라

 

읽는 내내 한시는 정말 고사를 모르면 안되겠다고 느꼈다

 

나는 고사를 모르니까 읽으면서 계속 각주을 봐야했는데

각주을 볼 때마다 흐름이 끊겨서 시를 제대로 감상하는 것에 방해를 받아야만 했다

 

내 배경지식의 한계때문에 온 방해....☆

 

고사와 연결지어 짓거나 유명한 중국 시를 인용하거나 응용하여 쓴 작품이 많았는데

한시를 쓰는 이 뿐만 아니라 읽는 이의 학식도 요구되는 부분이니까

대단하고 멋져 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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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시가 양반, 선비들이 쓰던 문학이다보니

역사적 사건과 많이 연결되어 나오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역사공부가 같이되는 책이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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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한시의 제목이 긴 편이었다

 

한 작품을 예로 들자면, 91쪽에 나오는 박은의 한시 제목은

「오늘 저녁 내내 홀로 누웠노라니, 유모가 가련했던지 술을 찾아 보내 주기에 홀로 술을 마시노라니 슬픈 감정을 이길 수 없어 문득 절구 한 수를 써서 회포를 풀었다. 택지는 지금 나의 심정을 알 것으로 생각되기에 써서 보여 준다」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짱 길어

 

근데 이 박은의 시만 긴 게 아니라

웬만한 한시들 제목이 다 길더라

 

원래 한시 제목은 이렇게 길게 적는 건가요 'ㅡ'?

많은 한시가 한시 작품만 남아있는 게 아니라 함께 보내는 설명이 붙어 있어서

한시 말고 줄글로 된 기록도 볼 수 있었고

시조도 소개되어있었다

 

작은 챕터는 제목에 한 사람(주고 받았을 경우에는 두 사람)의 이름만 적혀있지만

관련된 다른 사람의 작품이 있을 때에는 그 작품도 함께 인용하여

이해와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저자는 굉장히 흥미로워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소개하고 있지만

나는 전혀 감흥이 없고, 아름답고 멋지다는 생각이 안드는 작품이 꽤 있어서

내 감정이 메마른 건가? 싶기도 했는데

또 어떤 작품은 진짜 표현 잘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탄하기도 했다

 

그런 작품 중 하나가 219쪽~220쪽에 나오는 이식의 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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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독자가 느끼는 감동이 달라질테다

(해석은 저자 강혜선 님이 한 거겠지??)

 

예컨대, 131쪽의 이산해 작품에서

'去歲存亡此歲聞 거세존망차세문'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까 '지난해에 네가 죽은 것을 올해야 들었구나'라고 해석되어있는 페이지가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이 해석과는 조금 다르게 '지난해에 죽은 너를 올해 들어 들었노라.'라고 아주 조금 다르게 써놨는데

이 조금의 차이에서도 감동은 확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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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부분도 그렇거니와

표현 예쁘다, 감동적이다 하고 느낀 부분들이 꽤 있었으므로

나는 해석에서는 만족만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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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그리고 종이가 코팅된 매끈한 재질이 아니고 새하얗게까지는 표백이 안된 건데

그래도 두께가 약간 있는 빳빳한 재질!

 

그래서 넘길 때마다 두장 짚은 건 아닌지 자꾸 확인하게 됐음ㅎㅎ

 

포장이나 배송 과정에서 그렇게 된 거 같은데

앞표지랑 앞쪽 20~30장 정도가 접혀져서 왔다ㅠㅠ

 

표지는 살짝 스크래치도ㅠㅠ

 

잉잉 속상해

 

두껍고 무거운 책 사이에 끼워서 좀 펴긴 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안펴져서 슬픔

 

표지 디자인 나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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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어렵지 않은 수준으로 풀어써져있는 책이고

재미있는 일화가 함께 나와서 지루함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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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편지처럼 보내는 한시만을 다루었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다룬 작품만 나와서

따뜻함이 느껴지고 공감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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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시를 멀게만 느꼈던 독자들도 소화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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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너무 깊게 들어가지 않고

작은 챕터의 분량이 짧은 데 비해서 흐름 끊어지는 느낌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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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책을 읽고 평소 관심 없었던 한시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도 꽤 될거라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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