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파더(조창원·위너스북)

어려운 시기를 맞아 흔들리는 아버지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반가운 책이 나왔다. ‘워킹파더’가 그것이다.
워킹파더(Working Father)를 직역하면 ‘일하는 아버지’가 된다. 그러나 신조어는 ‘고난의 아버지’라는 의미가 맞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시대를 겪고 또다시 2009년 현재 메가톤급 경제위기와 맞닥뜨린 대한민국 가장, 즉 3050세대 아버지들을 주로 일컫는다.
이 책은 단지 위안으로 워킹파더의 심리를 함부로 치유하려 들진 않는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 폭락, 기업의 부도, 자살률 증가, 대량 실직 사태, 재취업의 어려움, 가장백수의 현실, 자영업자의 고민, 기러기아빠 이야기 등등 경제와 사회·문화적으로 이슈가 된 각종 문제를 워킹파더라는 키워드로 함축해서 풀어낸다. 그러므로 차마 밝히지 못한 ‘고난의 아버지’들의 속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까지 경제학적 관점으로 풀어 제시한다. 이 점이 돋보인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이 땅의 많은 아버지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한다. 하지만 결과는 시원치가 않으며 한편 낯부끄럽다. 가족과 동화된 행복한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가족과는 별개의 인생을 설정,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을 핑계로 아내와 자식들에게 소홀하게 대해왔던 이 모든 상황의 결과는 ‘아버지인 내가 만들어놓은 것들’이라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윤은기 총장은 지적한다. 이윽고 내가 원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금 바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진정한 아버지 되찾기’가 주장하는 그 핵심이다. 저자인 조창원씨는 “그나마 직장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편이다. 우리나라에는 집에서 놀고먹는 백수가장의 숫자가 100만명에 이른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청년백수는 아직 시절이 젊으니 잠시 접어두자. 문제는 가정의 수장인 아버지들이 백수가 되어 그 숫자가 점점 누적되고 있다는 것”(63쪽)이라고 말하면서 가장백수가 많은 사회는 절대 건강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맞는 얘기다.

그뿐인가. 저자는 ‘아버지 종말시대’(130쪽)를 단언한다. 저출산이 문제다. 이는 비단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인 골칫거리라면서 사람들은 결혼만 하면 으레 누구나 아버지가 됐다고 착각하는 데 그러진 말란다. 결혼을 하면 남편이지 꼭 아버지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외환위기 이후부터 저출산 현상이 두드러지게 심화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저출산이 바로 이혼율 증가로, 또 고령화 문제로 이어지고 경기불황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을 연출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아버지라는 존재와 역할, 그리고 책임이 어느 때보다 막중함을 한껏 역설한다. 그런데 내용은 마치 조선의 대표적인 워킹파더인 다산 정약용 선생이 편지로 두 자식에게 편찬하라고 권한 ‘거가사본(居家四本)’을 눈앞에 보는 듯 목차의 엮음이나 구성이 치밀하고 세세하다.

내가 보기엔 1장부터 3장은 집안을 잘 다스리는 제가(齊家)의 방법을 △4장은 근검절약을 강조한 치가(治家)를 좇는다. 뜻을 세워 집안을 일으키라는 기가(起家)는 5장(워킹파더를 위한 경제학)에, 분수에 편안하고 곤궁에 굳세게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 보가(保家)는 책의 마지막 6장(이상적인 아버지 되기)이 좇는다.

어쨌거나 가정이 화목하고 살림이 잘 돌아가도록 뜻을 세우고 집안을 잘 보존하는 것이 워킹파더의 분수일 것이다. 백수가장, 기러기아빠, 자영업자, 이대리, 김과장, 최고경영자(CEO) 그 누구를 막론하고 당장 아버지는 책상 위에 얹어두고 밑줄 치며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