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파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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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가을에서 겨울 무렵, 그를 처음 보았다. 
안경 너머로 비쳐진 그의 눈매는 선하면서도 번뜩였다.

"어려운 시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라는 나의 말에 
그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제가 볼 땐, 내년 경기가 심상치 않아요. 주가도 연일 폭락 중이고요. 
다들 쉬쉬 하지만 대량해고의 조짐도 있습니다. oo기업의 경우 신입사원 채용을 포기한다더군요...."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을 듣고 있자니, 한숨이 새어나왔다.
역시 직업이 기자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듣는 정보가 많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그는 신문을 하나 내밀었다.  헤드라인 중  ’가장이 흔들린다’는 표현이 마음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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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제 핵심 축인 가계의 리더 ‘가장’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기 타격이 가시화되면서 경제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인 가계 역시 경기 불황에 휩싸이고 있다.
정부가 19일 은행 간 외환거래에 대한 지급보증과 달러 공급 확대 등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는 글로벌 실물경제 위축의 강도를 완화하는 수준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금융위기발 실물경기 타격은 1997년 외환위기에 이어 11년 만에 도래하는 것이다. 이에 가장들 역시 10년 사이 2번이나 경제위기를 겪게 되는 ‘고난의 아버지(하드 워킹 파더)’ 세대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난의 아버지 세대를 3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반대로 규정하고 있다. 외환위기 1세대인 91학번을 비롯해 당시 대규모 구조조정의 표적이었던 과장·부장급이 바로 이 세대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들 아버지 세대는 10여년 만에 가계 자산가치 붕괴, 구조조정 예고에 따른 고용불안 및 가정공동체 붕괴라는 시험대에 서게 됐다.

자산가치 붕괴는 이미 진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97년 외환위기로 가계 자산이 위축됐던 이들 아버지 세대는 10년간 뼈를 깎는 절약과 재테크를 동원해 부동산, 주식 등에 다양한 투자를 통한 자산 형성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이처럼 공들여 쌓은 자산이 미국발 금융위기가 강타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최근 급락해 저가에 아파트를 내놔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주식시장도 일부 전문가는 연내 코스피지수가 이 상태로 가다가는 1000 붕괴도 어렵지 않다고 진단하고 있다. 재테크의 중심축이던 주가 하락으로 자산의 급속한 썰물 현상에 직장인들의 좌절감도 커지고 있다. 고용불안 확산은 더욱 큰 사회적 이슈가 될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 부장급들은 벌써부터 임금 축소나 극한상황에서는 구조조정 여파가 밀려올 것을 우려하면서 한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및 신흥국가들의 실물경제가 어려워지면 기업의 실적도 악화돼 결과적으로 가계의 고정수입인 임금 축소가 단행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구조조정 태풍마저 불어닥칠 경우 프랜차이즈 등 자영업 일선으로 몰려드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가정공동체의 불안정성이 확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특히 올 상반기부터 이미 중산층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어 기업의 경영악화가 아버지 세대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전반에 걸친 가계의 불안감까지 확대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중산층의 이색 대명사가 된 ‘기러기아빠’들이 벌써부터 통곡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 이사는 올해 임금이 3% 정도 올랐지만 실제 임금은 25% 깎여 울상이다. 미국에 부인과 자녀들을 보낸 그의 입장에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미국에 보내야 할 돈이 지난해에 비해 달러당 무려 300여원이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더구나 자사주로 회사 주식을 추가 매입한 상황이어서 2차 자산가치 타격까지 입고 있다. 회사가 지난 외환위기로 워크아웃에 들어가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한 회사에 근무 중인 이 이사는 제2의 외환위기가 불어닥칠 것에 대비, 프랜차이즈 창업 등을 알아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이미 과열상태로 실패한 창업 자영업자들이 쏟아지고 있어 이곳 투자도 망설이고 있다. 강남소상공인지원센터 황미애 소장은 “창업자금 지원에 대한 문의는 예년보다 늘었지만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사업실패 우려 때문에 상담을 한 후 창업하는 수요는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뉴스>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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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책으로 내면 어떨까요? 기자시니까  자료도 많이 갖고 계실 테고... 
이미 아버지 관련 책들이 많긴 하지만, 좀더 색다른 시각에서 그러니까 
경제, 사회학적으로 접근하여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면 어떨까 싶습니다만... "

어쩔 수 없이 아주 쉬운 방법이 생각났다.   
모아져 있는 텍스트를 책으로 묶거나, 
관련 전문가에게 책을 의뢰하는 그런 일들 말이다.
하지만 아직 책 한 권 없는 신생 출판사의 입장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마치 커다란 결과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그의 눈을 살폈다.
둘 사이의 어색한 침묵을 깨뜨린 그였다. 

"한번 해보죠. 그런데 해결책, 다시 말해 대안이 관건이겠군요"

"네, 정확한 지적입니다. 현상을 나열하는 건 어렵지 않겠죠. 
저 역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부족하지만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워킹파더>의 표지를 보면, 
아버지들이 차마 말하지 못한 속내, 경제학으로 풀어내다 - 라는 카피가 있다.
이처럼 우리 두 사람은 남에게 차마 털어놓지 못한 속내를 서로에게 보여주었다. 

워킹파더의 시작은 이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