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발행된 독일, 유럽에서도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많이 유명하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책이긴 하나..
여전히 소설류를 잘 읽지 않는 나여서 제목은 많이 들어는 봤지만 읽지 않은 책 중에 하나였다.
어찌어찌 도서모임 덕분에 읽게 된 책이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은 독일 소설이라고 해서 흥미가 돋았다.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워낙에 많이들 알려진 소설이라 대략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는 알음알음 들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별 기대감이 없이 읽기 시작했다.
단순히 향기에 미친 살인자가 향기 수집을 위해 살인을 한다는 이야기라고 알고 시작을 했다.

처음시작은 주인공 그르누이는 생선장수 어머니의 사생아로 태어난다.
태어날 때부터 귀찮은 혹을 때어내 듯 생선잡는 칼에 의해 어머니와 분리된 그르누이는 생선쓰레기 더미에서 삶의 지독한 집착을 표출하듯 울음을 통해 자신을 알린다.
영아유기의 죄로 사형을 당하는 어머니 대신에 보모의 손에 맞겨지지만 그것도 결국은 '향기'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고, '향기'를 맡을 수 없는 보모에 의해 삶을 이어나간다.
유년시절에는 그저 삶에 대한 집착을 통해 생을 유지하던 그르누이는 시각이 아닌 후각을 통해 세상을 보고 배우며, 후각-향기의 세상에서 삶을 영위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냄새라는 후각을 통한 세상의 인식이 점점 자신이 갖지 못한 향기에 대한 집착으로 발전하게 되고 결국,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단순히 냄새가 전부인 세상의 그루누이가 처음으로 타인과의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란 살인이었다.
향기를 매개로 자신의 세상을 창조하던 그르누이는 결국 어두운 동굴속에서 자신에게는 향기가 없음을 알게 되고, 급히 사람들의 삶으로 마을로 돌아와 '인간의 냄새'라는 향수를 만들어 자신에게 뿌리게 된다.  '인간의 냄새'란 향수는 심히 고약한 냄새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위에 덧입히 듯 쌓아올린 향기들은 단순히 인간의 내면를 가리는 가면이 아닐까 싶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체취가 있듯, 누구나 자신에 정체성에 대해 인식하면 살아가려 노력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명확하게 확고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도 그런 독특한 향은 정작 향이 없는 그르누이 만이 구분하고 소유하는 것으로 표현된 것이 그런 의미이지 않을까. 그러면서 '인간의 냄새'의 지독한 면은 인간들의 추악함들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향기가 없는 그르누이라는 인물을 통해, 세상 사람들은 정작 자신에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르누이가 만든 '인간의 냄새'를 바탕으로 만들어 낸 향수는 여러종류가 있었다. 존재감을 흐리는 것, 동정심을 유발 하는 것, 때로는 위험한 느낌을 받게 하는 것 등등 이런 향수들을 만들어 내는 것들을 보면서 우리가 '사회생활'이라는 미명하게 쓰게되는 많은 가면들을 생각하게 했다.  과연 내가 쓰고 있는 이 가면이 과연 나를 나타낼 수 있을까?

그르누이는 자신이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들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누구나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몇몇 특별한 소녀들의 향기, 그것은 우리가 누군가를 보며 갈망하는 그런 욕망들이 아닐까 한다. 나에게는 없어 더 특별하고, 더 고귀해 보이는 그런 향기들이 현대 사회에는 너무도 많고, 또 그런 것을 소유하라고 세상은 끝없이 유혹한다.

결국, 그르누이가 손에 넣은 신의 향수는 한순간 그르누이에 황홀감을 주지만 그 순간 그르누이는 이것이 결코 자신의 것이 되지 않으며, 이런 황홀감은 본인의 것이 아닌 꾸며진 가짜라는 것을 알게되는 듯 하다. 또다시 향기가 없는 자신의 향기 안개 속에 갇혀 생각한다. 이 향수야 말로 자신을 신으로 만들어 주지만 결코 자신을 대신할 수도, 자신에게 영향을 끼칠 수도 없으며 이 향수에 매혹된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거짓의 가면에 매혹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우리의 삶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과연 내가 정말 누구인가에 대해 알지 못하고 끝없이 사람들이 원하는 가면만으로 살아가는 삶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삶이란 어쩌면.. 여전히 끝없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12월에 좋지 않은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서 그런지 이 소설을 읽으며 더욱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르누이가 쫒았던 삶과 과연 나의 삶은 다르다 할 수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의 답을 과연 나는 잘 찾아가고 있을까?
수많은 물음이 새해 첫날부터 몰아쳤다.
아마 올해는 이 물음을 좀 더 생각하는 한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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