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거야! 쉽네, 재미있네, 어느새 다 읽었네!

삼국지 소설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든게 몇 번이었는지. 
매 번 방대한 분량과 헷갈리는 이름, 낯선 지명, 얽히고 설키는 내용 등에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모르면 답답한 것이 삼국지라는 것을 다른 책을 보며, 영화를 보며,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며 자주 느껴야했다. 오기도 생기고 궁금도 했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던 소설 삼국지. 이유는 어려워서였다. 

만화는 소설이 입고 있던 무거운 겉옷은 벗어던지고 가볍고 경쾌하게 접근하고있다. 혹자는 이것은 정석이 아니라고 할 지 모른다. 제대로 읽으려면 활자가 빚어내는 거대한 힘을 느껴봐야 하지 않느냐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처럼 이미 여러 번 소설을 포기한 사람이라면 소설에 입문하기 위해 오히려 준비운동으로 삼아도 좋을듯 하다.  

고우영화백은 자신의 해석으로 삼국지를 표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제갈량은 여성스럽고 여린 이미지로, 유비는 우유부단하며 소심한 남정네처럼 나온다. 여러 등장인물들은 소설을 읽으며 나름대로 상상할 수 있는 기회는 갖지 못한다. 이미 고우영화백만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인물들이기에. 하지만 그 점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있다. 누가 누구인지 명확히 알 수 있고,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는데 큰 도움을 준다. 게다가 영화에서의 강렬함은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 등장인물은 이야기 속으로 살며시 스며들게 된다. 

얼마전 영화 [적벽대전]이 개봉되며 다시 한 번 [삼국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만화를 읽지 않았다면 적벽대전이 무엇인지 나 홀로 몰라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뿌듯함이라니...
많은 내용을 담으려니 작은 그림과 작은 글씨는 감안해야 할 독자 몫의 문제다. 전체적으로 어지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 번 빠져들면 쉬이 몰입되며 어느새 다음 권을 찾게 된다.  

고우영화백의 작품을 소장하는 기쁨과 명작을 즐겁게 만나는 기쁨을 두루 느낄 수 있다. 앞으로도 어려운 소설을 보다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이런 만화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리고, 다음은 원작으로의 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