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이런 만화가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허영만 화백을 굳이 만화가라 부르는 것은 그가 갖은 힘이 그 이름을 진정한 예술가로 탄생 시키기에 충분해서 그렇다.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만화를 그렸지만, 식객 같이 오래, 그리고 많이 준비한 만화는 없다고 말한 만큼 실로 명작이다. 정성과 혼을 넣어 만든 장인의 작품이 이것과 같지 않을까.

 첫 권을 읽은 후 나는 주저없이 식객 폐인이 되었다. 우리의 음식을 이리도 재미나게 다양하게 풀어주다니 책을 보며 한 수, 두 수...배워간다. 이야기는 쌀에서 시작해 밥으로 끝난다. 우리 밥상의 주인이 밥이듯이 그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주인이 책임지고 있는듯 하다.  주식으로 삼고는 있지만 어느새 수입된 쌀들이 상당수 차지한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매일 만나는 쌀을 나는 참 모르고 있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접하기에 고마움도, 귀함도 몰랐다. 지구상에 재배되는 벼가 크게 3가지인 것도, 도정에 따라 현미, 5분도미, 7분도미, 정백미가 있다는 것도, 쌀 수입 개방에 따르는 문제점들도 모두 관심 밖이었다.  책을 읽으며 깊이 반성하고 다시 한 번 쌀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식량 자급률이 20%대인 우리의 현실. 어째 무섭다. 

뒤 이어 고추장 굴비와 전어, 그리고 곰탕이 나온다.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흥미롭게 풀어간다. 이야기는 두 주인공 진수와 성찬이 이끌어 간다. 용달차 가득 식료품을 싣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장사꾼 성찬과 음식에 관한 기사를 쓰는 진수. 두 남녀가 알콩달콩 싸워가며 함께 하는 이야기는 둘만의 애정전선을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단순히 음식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우리네 삶도, 정서도, 문화도, 미래도 모두 담겨있다. 점점 잊혀져가는 진정한 맛이란, 자극적인 인공의 결과물이 아닌 정성과 진실된 재료의 맛임을 마음 가득 느꼈다. 책에 나오는 그 맛집들 모두 찾아가서 직접 느껴 보고픈 마음 또한 억누를 수 없을만큼 커졌다. 누린내가 살짝 풍겨야 하동관 곰탕이라는, 그 하동관을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온가족이 들려 봐야겠다.  

마지막 5화는 밥이다. 아무렇게나 그냥 해서 먹으면 됐던 밥, 한 솥 가득 해두고 끼니 마다 퍼 먹었던 밥. 그건 밥이 아니란다.
에이구나! 그럼 난 그동안 무얼 먹은건가? 진정한 밥 맛, 책 속에서 확인해 보면 더 감칠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