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본을 읽어야만 책을 만날 수 있는 현실에서 다양한 나라의 문학을 접하기란 뜻한대로 이루기 어려운 문제다. 특정 작가나 나라의 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그저 책이 출간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창비의 폴란드 단편집은 목마름을 해소해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주변에 자그마치 7개국과 접해있는 나라, 여느 유럽처럼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또 하나의 나라. 그 나라의 문학은 어떨까? 비록 현시대의 폴란드를 경험할 수는 없었지만 과거의 폴란드를 시작으로 조금 더 가까워지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파문은 되돌아 온다]에서의 19세기 후반의 폴란드 상황은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신흥세력이 귀족들의 지위 이상으로 넘나들던 때, 노동자들의 가난과 무지에서 오는 무력함과 그저 성실하게 일만하는 우직함은 이미 경험한 모습이기도 하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여유로운 삶을 자식에게 물려주고픈 부모의 이기심은 비뚤어진 성품의 아들을 낳았고 그로인해 몰락의 길로 접어드는 모습 또한 언젠가 우리네 누군가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게다가, [우리들의 조랑말]에서의 극빈한 가정의 모습 또한 너무도 익숙하다. 사람 사는 곳의 이야기는 거리에 상관없이 비슷한 것 같다. 
특히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는 우리의 일제강점기를 떠올리게 했던 작품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잔인한 인간본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인상 깊었다. 생과 사의 기로에 섰을 때, 이미 선과 악은 무의미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와 다른 듯, 또 닮아있는 나라, 멀리 있지만 그리 무관하지만은 않은 나라, 폴란드. 오늘 폴란드의 과거를 책으로 만났다. 이제 시대를 넘어 지금의 폴란드를 만나는 일만 남았다. 폴란드 문학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 좋은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