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안좋다고 다들 아우성이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 지 모르겠다고 아우성이다. 강력범죄가 일어났다고 아우성이다. 원한도 이유도 없는데 사람을 죽였다고 아우성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여자아이를 성폭행 했다고, 어느 집에 들어가 애기 엄마를 성폭행하고 죽였다고, 뉴스에서, 신문에서, SNS에서 계속 아우성이다. 아우성에 머릿속이 지쳐버렸다.

 

뭔가 머릿속을 비워내고 싶었다. 살인, 강간, 폭행 이런 말이 아니라 사부작 사부작 눈 밟는 소리, 물 길따라 흐르는 계곡물 소리, 처마 밑 돌바닥에 비 떨어지는 소리 이런 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그래서 읽게 된 법정스님의 이 책. 생각보다 더 지쳐있던 내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었다.

 

스님이 살았던 소박하고 고즈넉했던 삶이 어수선한 현실에서 나를 조금 떨어뜨려주었다. 스님과 함께 대나무를 옮겨심는 듯, 스님 옆에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걷는 듯 그렇게 책을 읽어갔다. 속세를 떠나 하루이틀쯤, 스님이 거처하던 초가집에서 신세지며, 힘들었다고 칭얼대는 나를 스님이 진정시켜주는 듯 했다.

 

"가치 의식에 혼란이 생긴 이 때 자신의 생활규범이 없으면 시류에 휩쓸려 자기 자신다운 삶을 이루기 어렵다. 자기 인생을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자 한다면 그 나름의 투철한 생활의 질서가 있어야 한다."

'이런 메마른 현실 속에서도 촉촉하게 살고자 한다면 나만의 생활 질서를 만들어야겠구나... ' '나라도 힘들다고 아우성 치지말고, 힘 난다고 외쳐야겠구나...' 다짐한다.

 

"스스로 묻는다.나는 행복한가,불행한가? 더 물을 것도 없이 나는 행복의 대열에 끼고 싶지 불행의 대열에 결코 끼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내가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들어야 한다. "

지칠 때 자꾸 나와의 대화를 시도해야겠다. 책을 통해 대화하고 책을 통해 치유받아야겠다. 그리고 내 안에서 자꾸 행복을 만들어야겠다.

 

법정스님의 이야기와 가르침이 내게 힘을 준다. 두 발로 땅을 딛고 똑바로 서게 해준다. 이 힘으로 조금 더 많은 행복을 만들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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