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 팽송의 Y게임에서 패배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돌고래족>이 질 것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주인공인데 이기겠지...싶었다. 그러나 졌다. 재게임을 하게 해달라고 신들을 몇 번이나 졸라 치사하고 추접해보이는 게임을 몇 번이고 다시 했지만 미카엘 팽송은 졌다. 그가 수호하고자 했던 인간의 자유의지, 존엄성, 예술 등등.. 우리가 '善'이라고 믿는 가치들이 패배했다.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폭력적이고, 야만적이였다. 인정하고 싶지않지만 '내'안에도 '惡'이라는 것이 분명히 자리잡고 있다. 소설을 통해 까발려진 것 같아 수치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정말 이 소설에 푹 빠져있기는 한가보다.

 

패배의 벌로 미카엘 팽송은 자신이 조정하던 18호 지구의 한 인간이 된다. '신'에서 '인간'으로 하락한 것이다. '신'이였을 때의 기억을 모두 다 갖고 '인간'이 되는 형벌에 처해진 것이다. 그동안 미카엘 팽송은 다소 진취적이긴 하지만 유순하고 로맨틱하고 자유분방한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는데 5권으로 오는 동안 그는 많이 폭력적이고 신경질적이고 다소 '욱'하는 성격으로 바뀌어갔다. 가브리엘 아스콜랭으로 살면서 그는 '종교'에 대해 너무 저돌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구의 인간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믿음에 대해 대놓고 반기를 드는 건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읽는 내내 시한폭탄을 들고 있는 것처럼 불안하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신'이라고까지 말했다. 인간들의 세계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본인이 진짜 '신'이니 '신'이라고 말한 것이 거짓은 아니지만, 정말 '신'답지 못한 여러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정말 '신'이 있다면 나는 미카엘 팽송같은 신은 정말 싫을 것 같다. '인간이 '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수 있을까?'라... 글쎄... '신'이 인간에게 제대로 뭐라도 해주는게 먼저가 아닐까...???

 

가브리엘은 가상 세계인 '제 5세계'를 통해 다시 한 번 Y게임을 해보려는 것일까?? <신들의 왕국>이라는 소설을 쓰면서 그 소설을 조금 더 현실감있게 선보이기 위해 '제 5세계'에 대한 개발에도 착수한다.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베르나르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인지 가늠도 안될 뿐더러 이 방대한 양을 조리있게 끌고 가는 그의 지휘능력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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