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까지 읽으면서, 작가가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스타일이나 에피소드를 디테일하게 구성하는 능력이 참으로 놀라웠다. 자신의 상상력을 토대로 이야기의 줄기를 잡고, 신화로 가지를 그러나가고, 디테일한 에피소드로 꽃을 피워나가는 듯하다. 베르나르는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작가'라는 꿈을 갖고 있는 나에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여러모로 위대한 '신'과 같은 존재이다.

 

특히 2권에 이어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선택하지 않은 것>의 에피소드로 카드 마술이 나왔다. 조르주 멜리에스는 네 줄로 나눠놓은 카드들을 차례로 포개어 한 무더기가 되게 한 뒤 미카엘 팽송에게 건넸다. 미카엘은 카드를 몇 번씩아니 커트를 하고 카드를 뒤집어도 순서는 뒤바뀌지 않았다. 그 비밀은, 한 무늬의 킹, 퀸, 잭, 에이스가 맨 위에 있고, 다른 무늬의 킹,퀸, 잭, 에이스를 그 아래로 놓는다. 두 킹 사이에는 세 장의 카드가 있게 되고, 두 퀸 사이에도, 두 잭 사이에도, 두 에이스 사이에도 세 장의 카드가 놓이게 된다. 그럼 커트를 몇 번을 해도 늘어놓고 보면 킹은 킹끼리, 퀸은 퀸끼리 완벽하게 정돈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카드를 몇 번이고, 내 마음대로 커트를 해도 실제로 바뀌는 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치열하게 살고 있는 이 세계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우린 우리 의지대로 살고 있다고 하지만 세계라는 판은 한 무더기의 카드패처럼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조르주 멜리에스는  "때로는 트릭을 모르는게 나아. 알고 나면 언제나 시시하거든."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 말이 정답은 아닐까??

 

뿐만 아니라 미카엘 팽송이 돌고래족을 통해 보이는 인간으로서의 자유의지, 존엄성, 그리고 협력이 중요한 것인지 쥐족이나 독수리족처럼 자신의 종족을 위한 생존력, 정복이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생각해본다. 머리로는 돌고래족이 맞지만, 사실 너무 이상적이기에 현실에선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베르나르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라는 물음표를 지울 수 없다.

 

신, 베르나르베르베르, 신화, 존엄성, 강추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