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열 여섯은 '청소년 취급'을 받지만, 조선 시대의 열 여섯은 '어른 대접'을 받았다.

취급과 대접 사이에는 '책임'이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취급을 받으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지만 대접을 받으면 책임을 지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열 여섯이라도 조선 시대의

사랑은 뜨거우면서도 저저한데 우리 시대의 사랑은 가벼우면서도 시큰둥하다.

- 서문에서

 

*

지금 당신은 스스로를 어떻게 취급하고 계십니까? 아님 대접하고 계십니까?

남은 취급하고 스스로는 대접받기를 바라며 지내는 건 아닌지요?

남도 나도 모두 대접받고 또 서로를 대접하기를 그랬으면 좋겠네요.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지고 적정 결혼 연령이 늘어나면서 열 여섯의 사랑이야기 춘향전은

더이상 현실적인 이야기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열 여섯 시절에는 그렇지가 않다.

방년 열 여섯 고등학교 소녀 시절의 나 역시 이 나이면 춘향이처럼 결혼도 할 수 있다고

나도 이제는 어지간히 다 컸다고 세상과 사람도 사랑도 알만큼은 다 안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니 세상과 어른들의 '애들취급'이 영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 와 돌아보면

나는 클 만큼은 컸지만 아직 제대로 세상도 사람도 사랑도 제대로 알지 못했음을 알겠다. ^^

 

박상률의 <방자 왈왈>은 춘향전을 새롭게 써내려간 이야기다. 제목처럼 주인공은

몽룡이도 아니고 춘향이도 아닌 방자. 자유인으로써 그려진 방자의 시선으로 만나는

춘향전은 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이 이야기 속에서의 춘향과 몽룡의 사랑은

시대를 향한 풍자와 해학도 아니고 열녀의 굳건한 심지에 대한 칭찬도 아니다.

그저 철모르고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어버린 뜨거운 열정과 애정의 도가니일 뿐이다.

열여섯 뜨거운 마음과 더 뜨거운 몸이 합쳐지는 이야기가 걸쭉한 사투리와 만나서 한마디로

징해부린다. 사투리의 낯뜨거움과 낯간지러움이 교차하면서 이야기의 맛이 한결

더 걸쭉하게 살아난다. 사투리를 제대로 할 줄은 모르지만 읽으면서 자연스레 중얼거리면서

사투리 흉내를 내며 히히덕 거리며 읽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작년에 나온 <방자전>영화 생각이 난다. 방자라는 인물을 내세워 춘향전을

새롭게 조명한 이야기라는 점은 일맥상통하지만 이야기와 영화는 서로 다른 노선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를 다 덮고 든 생각은 이야기가 하도 걸쭉하여 애들이 읽기엔 어떨까 싶다는 생각이었다.

요즘 애들이 까질 건 다 까지고 알건 다 알겄지만은 말이다. 그러고 보니쭉한 사투리 말 맛이

진학 배어있는 이야기는 오랜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말맛이 진하게 베어나는 걸쭉한 이야기에 푹 빠졌다가 나왔다. 조선 시대.열여섯

이미 어른 대접받았던 이몽룡, 성춘향, 방자 그리고 향단이 그들의 걸쭉한 성장담

박상률의 <방자 왈왈>이었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