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쌓아온 방대한 시간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이렇게 그 시간의 행방을 생각하는 내 의식은,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내가 꾸는 꿈은, 그 어느 쪽에 속해 있는 것일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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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긴 역사 속에서 한 개인의 삶은 참으로 짧다 순간이라 할만큼.

하지만 개인을 넘어 인간의 삶은 영원을 꿈꾸며 길게 어지고 있다.

그렇게 땅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살았고 살고 있고 살아갈 것이다. 그 삶이 모여 역사가 된다.

그렇다면 그 시간의 흐름 속에 나의 삶은, 나의 의식은, 나의 꿈은 나의 시간은 나의 삶은 어떻게 존재하하는 것일까? 또 어떻게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이 모든 시간은, 이 모든 생각은 그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게 될까? 늘 역사나 우주 같은 거대하고 긴 시간의 이야기만 나오면 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기가 확 죽어버린다. 아, 비루한 인생이여~

 

환생을 거듭하며 만나는 그러나 순간이 잔고 곧 헤어지고 마는 기이한 인연의 연인이 있다.

연인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보웬과 에드워드 네이선

서로의 꿈을 꾸고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서로를 사랑하지만 언제나 아주 짧은 만남만이 허락될 뿐이다. 온라 리쿠의 환생을 거듭하고 SF러브스토리 <LIONHEART>다.

어딘가 낯선듯 익숙한 듯한 이 제목은 용감한 사람이라는 사전적 뜻과 영국 왕 리차드1세의 별명이기도 하단다. 책제목을 보고는 SMAP의 노래가 생각나기도 하고 해서 별로 끌리지 않았는데 도서관에 갔다가 문득 손에 잡혀서 읽게 되었다. 역시 책이란 것도 읽는 때라는 것이 따로 있는가 보다.

 음 어째든 온다 리쿠의 책들은 어떤 건 잘 와닿으면서 좋기도 하고, 어떤 건 좀 쌩뚱맞을 때가 있는데 이 책은 후자에 좀 가깝다. 온다 리쿠가 좋아했던 음악과 (책과 동명의 제목이다) 그녀가 보았던 그림들에서 얻은 이미지를 모아서 연결하여 환생을 거듭하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었다. 마치 명화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엮어 놓은 듯한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 하긴 때때로 어떤 그림들은 그 어떤 소설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숨겨 놓았다 펼쳐 놓기도 한다. 그런 그림을 우리는 명화라 부르는 것인지도. 좀 쌩뚱맞은 감은 없지 않으나 그래도 환생을 거듭하면서 만나고 그리고 곧 헤어져 버리는 두 연인의 사랑이야기를 보면서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나의 인연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부모나 가족, 형제, 친구, 부부로 태어나기 위해 우린 얼마나 많은 인연의 끈에 둘러쌓여져 있었던 것일까?

몇번을 다시 태어나면서도 잊지 않고 다시 만나는 사랑이라.... 종종 윤회나 환생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  

몇 번이든 다시 태어나고 그리고 다시 사랑하는 동양의 삶과

단 한번 태어나고 단 한번 죽음으로 끝나는 사랑을 하는 서양의 삶.

당신은 그 둘 중 어떤 삶 속에서 어떤 사랑을 하며 살고 있는지?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