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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세상은 온통 상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들의 눈에는 나무도 꽃도 동물도

인형도 모두 다 살아서 내게 말을 걸고 나도 그들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어느새

그런 것은 다 허구라고 거짓이라고 말한다. 그저 세상이 알려주는 대로 주어진 대로

쓰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그래 놓고는 인생이 지루하다고 재미없다고 말하지는 않는지.

상상력을 몽상이라고 망상이라고 치부하며 꿈도 함께 지워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여기 사막을 걷는 당신 눈 앞에 파란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당신은 그 의자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사막을 걷던 에스카르빌과 샤부도는 사막 한 가운데 놓여있는 파란 의자를 하나 발견한다.

그리고 그 둘은 의자를 가지고 놀기 시작한다.

의자는 금세 탈 것이 되고 서커스를 하고 놀 수 있기도 하고

그 밑에 숨을 수도 있는 것이 되고... 그들에게 의자는 순식간에 요술상자가 된다.

한참 그들이 그렇게 놀고 있을 때 단봉낙타가 나타나 의자는 앉는 것이라 말한다.

사막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뻔한 동물인 낙타, 그리고 낙타의 지극히 상식적이고 뻔한 대답.

"에이, 우린 가자! 낙타는 상상력이라고는 통 없는 것 같아."

에스카르빌과 샤부도는 사막으로 길을 떠난다.

나는 단봉낙타가 아닐까 그림책을 덮으면서 살짝 물어 보게 된다.

오래 전 그림책 다시 들춰 보기 클로드 부종의 그림책 <파란 의자>

단순하고 힘있는 그림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까지 단숨에 휘리릭 달려가는 그림책이다.

클로드 부종. ㅋㅋㅋ 상당히 많이 부우시나 보다. 퍽! 힘있는 그림체와 단순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가로 우리가 잃어버린 혹은 잊어버린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막상 아이들과 이 책을 읽으면 아이들은 무척이나 재미있어 한다. 그러면서도 몇몇은 때로 뻔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미 아이들에게 의자는 비행기고 기차고 기지이고 가게가 되니까 말이다.

허나 그림책을 함께 읽는 어른이 실제로 의자를 가지고 함께 기차놀이 비행기 놀이를 해준다면

그야말로 효과는 몇 십 배 몇 백 배로 늘어난다. 그래서 이 책은 주로 아빠랑 함께 읽고 의자놀이를

해보라고 종종 권하는 책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 그런 아버지가 얼마나 있겠어 싶기도 하지만

근래에는 그런 아빠들이 늘어난다는 희망을 품고 권해 본다. ^^;

우리 안에 숨어있는 잠들어 있는 상상력을 깨우라고 말하는 그림책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놀기에 딱 좋은 그림책이기도 하다.

클로드 부종의 <파란 의자>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