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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는 참으로 어수선하다. 나만이 알 수 있는 분류법으로?

분류된 책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으니까. 그런 내 서재도 골치 아픈데 다른 사람들의 서재는

뭐하러 보나 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슬그머니 다른 사람들의 서재는 어떻게

해놓았는지 어떤 책들이 모여있는지 슬그머니 호기심이 고개를 든다.

닉혼비가 말하듯 책장만 보아도 그 책장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각계 각 분야에서 내노라 하는 인물들의 서재를 들여다 보고 그들의 책 이야기를 들어 본 책

<지식인의 서재>다. 잘 정돈된 서재, 어수선한 서재, 오래되고 낡은 서재, 아름다운 서재,

주제별로 엮인 서재, 살아온 기억을 모아놓은 서재.. 그들은 각기 자신들의 서재를

보여주고 책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자신이 누구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그들의 책사랑 책애정 책탐욕을 보고 있으려니 슬그머니 거울을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난다. 책좋아하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니다 보니 그들의 책이야기가 왜이리 반가운지

말이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고 많이 고민하고 많이 생각한 그들이기에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가슴 속에 팍팍 와 닿는다. 게다가 인터뷰 말미에는 다들 한 책하는 그들이 추천하는 도서리스트까지 있으니 책 좋아하는 나의 책 리스트가 빵빵해질 수 밖에 없다. 이번달도 팍팍 지르는 구나 ㅡ.ㅡ

책은 책을 물고 또 책을 물고 끝이 나지 않는 다니까. ㅋㅋㅋ

책에 빠져서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성을 쌓아가는 사람, 책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

책 속의 기억을 내 것으로 만들어 자신의 세계를 만드러가는 사람,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사람, 책을 통해 사라져 가는 것들을 붙잡는 사람, 책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사람...

그러고 보면 책이란 것이 참 대단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든다.

생각은 사라없어지지만 글자는 책으로 남아 사람들을 깨우고 울고 웃고 화나고 슬프고 행복하게 만드니 말이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그 어느 시대에 살았던 누구든 그 아무리

멀리 있는 누구든 그의 생각과 마주할 수 있게 하니 말이다.

자유롭고 외롭고 맑고 신성하고 은밀한 그들의 서재를 들여다 보자. 읽은 책을 만나면 참 반갑고

모르는 책을 만나면 궁금함이 쑥쑥 올라오리라. 책방에 들어가 어수선하게 널부러진 나의 책들을

훑어 본다. 나에게 이 책들은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한정원 글, 전영건 사진 <지식인의 서재>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