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11문자 살인 사건>

80년대에 쓴 소설로 흔히들 말하는 본격 추리 소설이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추리 소설가인 여주인공, 이제 막 사이가 깊어지려는 애인이 죽어버렸다 그것도 살해당했다. 그녀는 그의 죽음이 작년에 갔던 보트 여행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사건의 뒤를 쫓아갈 수록 그 여행과 관련된 인물들이 하나 둘 죽게 되는데...

 

무인도에서 벌어진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의 비밀을 캐는 추리 소설가, 하나 둘 밝혀지는 비밀과 반전.

이야기는 밀실, 트릭, 반전, 범인의 추격이라는 추리 소설의 요소를 골고루 버무려 딱 떨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만약에 추리 소설에도 시험이 있다면 이건 모범답안이에요. 하는 느낌으로 군더더기 없이 그저 딱 떨어지는 느낌 이랄까? ^^

 

이 이야기에서 그가 제기하는 건 과연 어떤 것이 선(善)인가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100%의 선(善)이란 없다 상황에 따라서, 입장에 따라서 다만 최선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네가 원하는 대로 다른 이의 목숨을 살려주겠다, 그럼 너는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이냐,

대가를 바라는 남자가 악(惡)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를 비난하는 사람은?

능력이 없어서 그저 방관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은? 이 상황을 모르는 채 구해주길 바라는 사람은?

누구도 어떤 이가 선이고 어떤 이가 악이라고 명확히 이야기 할 수 없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그런 상황 속에서 그저 자신이 믿는 가치관대로 행동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행동이 선이라고 밀어붙인다. 그래야 자신에게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추악한 이기심이 드러날 뿐.

 

언제나 정의가 승리하고, 악인이 패배하던 동화 속의 이야기들은 얼마나 신나고 즐거웠던가.

그러나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악이며, 누가 선인이고 누가 악인인지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는 모두 선과 악 그 사이 어디쯤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추리 소설도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소설들이 큰 기복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어떤 것을 집어 들든 크게 실망하지는 않기에 큰 걱정없이 집어들게 된다. 그리고 책은 그런 기대에 부응한다. 책읽기가 살짝 지루해졌을 때 한권씩 읽지 않았던 책들을 찾아읽게 된다.

그런 히가시노 게이고 <11문자 살인사건>이었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