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를 돌이켜 보면 나는 내가 얼마나 이상하게 생겨 먹었던가를 알 수 있다.

말라빠진 몸집에 헝클어진 머리칼을 하고 분명히 세상에서 비켜 선 과격한 젊은이. 그러나 사실 나는 세상에 적응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내 동료 학생들이 나를 괴짜로 여기더라도 그것은 내 문제가 아니었다. 

 그 당시에 내가 취했던 우스꽝스러운 태도를 떠올리면 지금까지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그 때 나는 소심함과 자만심이 기괴하게 뒤섞인 상태에서 길고 어색한 침묵과 격렬하고 제멋대로인 발작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열여덟은 끔찍한 나이여서 나는 내가 다른 급우들보다 어쨌든 더 어른이 되었다는 확신을 가지고 돌아다녔지만, 실제로는 단지 더 어려지는 방법을 찾았을 뿐이었다.

 

나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고, 그처럼 큰 격변에 직면해서 어떤 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는 세상에 침을 뱉고 싶었다. 할 수 있는 가장 무모한 짓을 하고 싶었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너무 많은 책을 읽은 젊은이의 모든 열정과 이상으로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나는 내 삶을 예술 작품으로 만들 셈이었다.

- 본문 중에서

 

*

빅터삼촌에게 받은 1천 4백 92권의 책.

그 책들로만 이루어진 방. 책으로 된 침대와 책상과 의자들.

그 책들은 읽혀지고 팔리고 그렇게 사라져 간다. 세상의 모든 책들이 그러하듯이.

그러나 다른 책들은 은유로서 사라지지만 이 책들은 진짜로 사라진다 헌책방에 가서 팔리니까. ^^ 

 어둡고 우울한 청춘을 견뎌내는 일이 세상과 맞부딪쳐 깨지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세상에 등을 돌리고 혼자서 동굴에 갇힌 듯 세상을 비웃고 침을 뱉으며

 안으로 안으로 침몰하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무모하고 유치한 행동들과,

지금이라면 절대로 건네지 않을 표독스러운 쓰디쓴 말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세상의 모든 호의를 거부하고,

자신을 밀어내는 일이라면 기를 쓰고 매달렸던 그 날들, 아, 창피해라.

 

<달의 궁전>은 지루하다. 그러나 이 에피소드는 너무나 유명하고, 너무나 흥미롭다.

그건 아마도 우리 모두 똑같이 그런 유치하고도 지루했던 청춘의 방황을 건너왔기 때문일 것이다.

 

-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