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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이야기를 썼던 시기나 나온 시기와 무관하게 하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 그러다 보니 들쑥 날쑥이 하도 심해서 어떤 것은 오~ 하고

감탄을 하게 되지만 어떤 것은 우~ 하고 바로 마음이 돌아서기도 했다.

어지간히 다 나왔는가 보다 싶은데도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 참 대단하다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번에 나온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참자> . 번역자가 김난주씨라서 이번건

괜찮은가 하면서도 그간의 오락가락이 있어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웃분들의 평이 괜찮길래

냉큼 사서 읽게 되었다.

대부분 추리 물은 속도감을 가지고 팍팍 진행되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면에서 본다면

신참자는 정 반대로 사건을 풀고 있다 사건은 벌어졌지만 사건과 가장 먼 곳에서부터 에둘러 돌고

돌아서 사건의 핵심으로 다가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빙빙돌며 핵심 비켜가기 기술은 너도 알고

나도 알다 시피 시국이 그러해서 경기도 좋지 않고 다들 힘들지만 그래도 돈 좀 얼마 땡겨달라거나

혹은 그래서 너랑 나랑은 어쩐지 맞지 않으니 이제 그만 만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빙빙돌리기 기술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오히려 그 보다는 연애를 시작한지 이제 막 두 어달 지난 연인이 버스정류장에서 헤어지기 싫어서 한 정거장만 더 한 골목만 더 하면서 빙빙 돌아 골목길을 돌아가는 그런 느낌과 닮아 있달까. ㅋㅋ 그래서 빙빙둘러 이 집 저 집 이 가게 저 가게의 사연들과 거짓말을 돌아 돌아가는 길은 길고 느리고 복잡한 그래서 좋은 귀가길 같다. 그러고 보면 가가형사 시리즈는 유난히 더 따뜻하고 애절했던 것 같다. '붉은 손가락'도 그렇고 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오락가락에 그리고 명탐정에서 제대로 한 방 맞아서 나몰라라 했는데

이번 신참자로 다시 마음이 혹하고 있다. 이랬다가 다음에 다시 또 한 방에 훅 가는 건 아닐런지...

<신참자>는 가가형사 시리즈로 2009년에 썼다. 그러니 최근에 쓴 작품이라고 해야하나? 하여간에

가가형사 시리즈가 다 그렇듯 섬세하면서도 차근차근히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가가형사와

살인사건임에도 따뜻한 시선을 쭉 유지하는 것이 재미있다. 아베 히로시가 주연을 했다니 드라마도

보고 싶어지네... 그러고 보면 가가형사 시리즈는 두 개 빼고 다 읽은 거다.

그간 나몰라라 내팽겨 쳤던 나머지 둘도 마저 읽어야 할 타이밍인가... 싶기도 하다.

다시 히가시노에게 그리고 가가형사의 매력을 생각하게 만든 이야기 <신참자>였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