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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천주교가 들어와 박해를 받던 조선말.

장이의 아버지는 천주학 책을 배껴썼다는 이유로 매를 맞아 돌아가시고 만다. 어머니도 없이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장이는 아버지 마저 돌아가신 후 최서쾌의 아래서 잔심부름을 하며 지내는데...

착 가라앉은 분위기 그리고 진지하고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이야기 <책과 노니는 집>이다.

역사 동화는 대개가 역사 속 짧은 사실에 많은 상상을 보태어 그 시대에 관한 상상을 들려준다 .

그러다 보니 조금만 잘못하면 판타지적 상상이나 영웅담 혹은 허무한 판타지로 흐르기 쉽다.

커다란 용의 여의주를 물고 태어나는 태몽이 등장하고 대여섯살에 벌써 사서삼경을 다 떼고

십대 초반에는 하늘의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용맹함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위인전들을 보라.

그 위인전을 읽고 위인들을 본받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내 태몽은 용은 커녕 끽해야 잘 생긴 복숭아나

반짝이는 돌덩이 같은 것이냐며 푸념을 하고 대여섯살에 사서 삼경은 고사하고 한글 떼기도

바쁘고 어딜봐도 특출날 것 없이 지극히 평범한 자기 자신을 비추어 괜히 기만 죽이는 꼴이 되기 쉽다.

그래서 혹자는 우리나라 위인전은 아니 읽히는만 못하다고 할 지경이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위인전이나 역사 동화는 시대적 역사적 배경없이 읽히는 것은 좋지 않다는 주의다. 이 책이 위인전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째든 나는 역사 동화는 좋아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할 때는 꽤 준비를 많이 하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자칫 역사적 배경을 나열하고 읊어봐야 애들을 지루하게 할 뿐이니까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잘 쓰여진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그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를 떠올리게 만드는 역사 동화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란 어느 시대에서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 수많은 관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과 노니는 집>은 쉽지 않다. 장이가 살던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조선의 안팎이 얼마나 급격하게 변해가던 때인지, 천주교가 박해를 받았는지, 장이가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는 그리 친절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은 것이 아이들에게는 외려 혼란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세세하게 삶이 녹아들어있는 점이 그러했고 아이의 시선이라는 한계를 둘러싼 무게와 중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유지했던 점도 그러했다. 선과 악이 불분명하다는 것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교훈적인 우리나라 동화들과는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고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좋다. 그러나 아이 혼자 읽고 좋다 하기 보다는 어른도 함께 읽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 좋은 것은 함께 나눌 때 더 좋아지는 법이니까. 허나 책 잘읽는 역사도 꽤 아는 고학년 아이들부터만 겨우 소화되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좋은 동화책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 것 같아 반가웠던 <책과 노니는 집> 이었다.

그리고 동화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기도 했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