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는 것은, 자신이 언제나 끝없이 계속되는 기대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이다.

어느 날이건 어느 때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고, 세상이 뒤집힐 것이고, 지금까지의

모든 이변과 반전과 난관이 결과적으로는 성공으로 이어지면서 자신의 온 생애가

완벽한 성공담이 될 거라는 기대였다.

- 본문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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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느 정도는 그런 기대를 하고 살아가지 않나,

그러나 그런 기대는 기대를 배반하는 현실로 우리에게 찾아온다.

돌아올 거라는 그는 결국 돌아오지 않고 이루어질거라는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로 찾아온다.

그래서 정작 성공하는 이들은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 이들일 것이다.

기대만 하고 있어서는 성공도 꿈도 이룰 수 없다고 믿는 그래서 행동하고 노력하는 이들만이

성공을 꿈을 이루고야 마는 법이니까. 헌데 나는 왜, 기대가 없는 인생이

어쩐지 기대조차 하지 못하는 인생 같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나는 기대하는 설레임과 기대만 하는 어리석음의 그 습자지같이 얇은 그러나 결정적인 작은 차이를

왜 아직까지도 다 깨우치지 못한 것일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법이거늘 온 몸이 다 아플 정도로 성공한 사촌이

그러나 과거에 찌질했던 사촌이 유럽에 오래된 고성을 사서는 오갈데 없는 나를 초대한다.

뉴욕에서 떨어져 온라인의 세상에서 멀어져 살 수 없을 것 같은 나는 고성으로 향한다.

낡고 후미진 세상과 동떨어진 고성안에 모인 사람들. 사건은 내 안에서도 그리고 밖에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제니퍼 이건의 <킵> 소설의 신세기를 연다는 광고는 늘 대개의 광고가 그렇듯 오버스럽지만

그러나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는 맞다. ^^ 책을 읽는데 문득 안개가 떠올랐다.

짙은 안개 속에서 헤맨 적이 있나? 안개 속에서는 아무리 감각을 곤두세워 봤자 소용이 없다.

어디로 가는지 여기는 어딘지 나는 누구인지 헤매게 만든다. 이야기 킵은 바로 그런 모습을

한 이야기다. 감옥과 성을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안개 속을 헤매듯 혼란함의 안개로 무장하고 있다.

안개 속에서 헤매는 일은 나와 너 사이의 거리를 이곳와 저곳 사이의 거리를 지우는데 책도 그러하다.

그런 면에서 희부윰한 안개 속에 서 있는 고성의 표지가 책과 썩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재미있는 이야기 안개속에서 헤매듯 어디선가 무언가가 곧 나타날 것 같은 이야기.

그러나 그건 언제나 그렇듯이 결코 당신이 기대한 그것은 아닐 것이다.

제니퍼 이건의 <킵> 한겨울 싸늘한 겨울날밤에 썩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