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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동체 나다 글, 송동근 그림 <피터 히스토리아>

불멸의 소년과 떠나는 역사 시간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두 권짜리 만화책이다.

만화책이라고 해도 문제집 크기 만하니 일반적인 학습만화 사이즈.

 

피터는 메소포타미아의 소년이었다. 그러다 노예가 된 피터는 법이 무엇인지 자유가 무엇인지

인간은 왜 태어나고 죽는지 역사는 어떻게 이루어져 가는지 하는 궁금증의 대답을 찾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 페테르, 피에르트, 페트로스...로 바뀌는 이름들을 가지고 그는 역사의 중요한

시간들 속으로 들어간다. 만화는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목격하고 그 시대를 겪는 피터를 통해

역사가 무얼까를 묻는다. 그러나 여기서의 역사는 왕과 영웅들의 승리의 기록이 아니라

그 속에서 묵묵히 노예로 일꾼으로 전사로 살아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말한다. 이 만화는

화려한 승전보로 채워진 영웅들의 그림자을 채운 평범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만화를 보면서 브레히트의 <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질문>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책의 마지막 부분에 그 시가 인용되어 있다. 브레히트의 시는 역사 속 승리의 향연과

전쟁의 승전보들 속에 기록된 영웅들의 이름 그 뒤에 기록되지 않은 무수한 많은 사람들의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 만화는 바로 그 시의 관점을 그댈 옮겨 놓은 책이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이 어떻게 역사가 되어가는지 이야기한다.

수천년을 소년의 모습으로 역사 속을 떠돌아 다닌 피터. 그는 스스로에게 히스토리아라는

성을 붙인다. 그러면서 질문을 한다. 역사 의 주인공은 진정 누군인지 왜 사람들은 여전히

시간이 흘러도 계속 서로를 갈취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묻는다.

 

만화는 흥미롭다. 그러나 만화라고 해서 초등 중간학년들이 읽기에는 부담스러울 책이다.

피터가 겪는 역사 속 중요 사건들이 어떤 것인지 의미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는 알아야 그래도

감을 잃지 않고 피터네 재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공감하거나 질문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고학년. 이미 역사를 배운 친구들 그리고 중학생 친구들이 읽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여름 방학 고학년 중학생들이 쉬엄 쉬엄 읽기에 좋을 것 같다.

흔히들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 같다고 말해지는 역사. 역사를 다룬 아이들 책은 무수히 많다.

그야말로 무수히. 역사 관련한 책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은 역사가 중요하다는 공통된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 중요한 것은 역사 속 유명한 인물들의 이름을

많이 알고 사건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알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수천년 동안 반복되어 온

인간들의 정신과 사상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깨닫고 자신만의 관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는 걸 어른들도 자꾸 까먹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그저 어떤 인물이 언제 어떤 사건을

일으켰는가만 달달 외우게 공부시키고, 서양사를 세계사라 말하며 스스로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역사를 소외시킨 채 서양중심의 승자들의 역사를 주어진 대로 달달 외우고 있으니 말이다.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이라는 그 역사. 그러나 이제는 샘을 퍼내는 일을 잠시 멈추고

지금 내가 퍼내고 있는 이 샘이 누군의 샘인지 그 샘의 가치와 의미를 돌아보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피터 히스토리아>는 만화라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살짝 아쉽지만, (만화라 잘 읽히긴 했지만,

많은 이들이 선택하기엔 아쉬움이 있다는 그런 의미) 그래도 역사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해준다는

점이 괜찮았던 책이다, 여름 방학을 맞이한 중딩 조카의 방에 밀어 넣어주면 어떨까 싶다.

물론 만화책 준다고 핀잔하는 언니의 잔소리와 쉴려고 봤다가 머릿속만 복잡해졌다는

조카의 투정을 감안해야 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조카야, 세상이 알려주는 대로 말하는 답은

내 것인 아니라 머리가 복잡해도 스스로 생각해서 내가 내린 생각들만이 내 것이라는 걸 잊지 말아라.

내 생각대로 내 답대로 살아야 인생이 살만해지는 거란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