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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결코 넘어설 수 없는 하나가 있다면,

그건 바로 죽음이다. 죽음은 벽이다. 살아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불통의 벽.

그래서 우리들은 모두 죽음을 두려워 한다. 그리고 동시에 죽음 이후의 세상에 대한

질문과 호기심을 감출 수가 없다. 아무리 해도 알 수 없는 것이니 그저 체념한 체

모르는 척 남겨두고 싶지만 동시에 벗어날 수 없는 깊은 호기심의 수렁이기도 하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죽음에 대해 정확히 말하자면 죽음 이후의 세상에 대해

집착하는 한 남자다. 그는 죽음 이후에 펼쳐질 내세에 대해 상상한다. 흔히들 말하는

천국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천국은 결코 인간들을 위한 것이 아닐 것이다. 내세에 대한

그의 상상은 때론 아주 독하고 때론 재치가 넘치며 때로는 유머스럽고 때로는 가혹하고

때로는 진부하다. 죽음 이후에 대한 40가지 상상을 펼쳐 놓은 책. 그게 바로 <썸>이다.

<썸: 내세에서 찾은 40가지 삶의 독한 비밀들> 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인데 내세에 대한

그이 기발하고 재미나고 때론 어처구니 없는 상상들이 펼쳐진다.

그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 때문에 책이 재미있기는 하다. ㅋㅋㅋ

그래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도 버거운데 죽은 뒤에 펼쳐질 내세까지 고민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진짜로 내세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며 읽게 된다. 진부한 천국일수도 있고

아무것도 없는 무(無) 그 자체일 수도 있고, 책에서처럼 한낱 실험이든, 잘못 만들어진 신의

실수이든, 아니면 우주의 휴양지이든지간에 결국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그 어떤 상상이든 공상이든 그건 알 수 없는 것이란 점이다.

다만 죽음 이후의 세상에 대한 그 어떤 상상이든 결국에는 지금 우리들의 세상과

우리들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결국 우리의 삶이란 것은 죽음으로 말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가 어떻게 살아갔는가 하는 삶으로 이해되고 평가받는 것이니까 말이다.

책을 읽는데 예전에 읽었던 책 하나가 생각났다. 호르몬과 수치들로 삶을 기록해보려 애썼던

데이비드 실즈의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였다. 그때도 나는 이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이 작가도 데이비드 이글먼이네. 데이비드들은 죽음에 대해 참 관심들이

많은 것 같다. 둘 다 문학동네에서 나왔다는 점도 비슷하다. ㅡ.ㅡ;

내세에 대한 그의 기발한 상상력에 키득이게 되는 책<썸>이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