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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회 세계문학상을 받은 이야기 <유령>

탈북청년들이 겪는 불안과 괴로움 그리고 적응할 수 없는 현실과의 괴리를 그리고 있다.

어지러운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고 떠도는 유령들이 어디 그들 뿐이겠는지.

억압되고 괴로웠던 북한에서 탈출만 할 수 있다면, 든든히 배만 부르면, 가족이 모여서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들은 저마다 가슴에 이유 하나씩을 품고 탈출을 감행한 이들이다.

그러나 그렇게 도망쳐 오고 나서 든든히 배가 불러도 북한만 아니면 가족이 모여있다고 해서

모든 다른 문제들이 덮어지는 것은 아닌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주린 배를 채우고 나면 배움에 대한 열망이 사회 속에서 가족에서 받고 싶은 인간적인 대접이

그리고 그 외에도 제 안에 있는지 조차도 몰랐던 수많은 새로운 욕망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허나 그런 욕망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어떻게 참아야 하는지 또는 어떻게 포기하고

버려야 하는지 모르는 그들은 방황할 수 밖에 없다. 생사와 목숨을 오간 극단적 상황이

끝났지만 때론 그보다 더 괴로울 수 밖에 없는 제 안의 욕망과의 싸움이 밀어닥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발붙일 곳 없는 현실을 떠나 훌쩍 게임의 세계로 넘어간다.

어디출신 누구인가가 중요치 않은 곳에서 마음껏 지위를 쌓고 칼을 휘두르고 혁명을 울부짖는다.

우리 사회는 대단히 보수적이고 편협해서 보통이라는 작은 틀을 만들어 놓고

그 틀안에 들어가지 안는 다수의 사람들을 소외시키며 사회를 겉돌게 하는 유령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팍팍하고 괴로운 현실에 발붙이지 못한 채 유령으로 떠도는 이들이 그들만은 아니다.

탈북청년들의 게임중독과 폭력적인 현실들을 다룬 이야기는 엽기적인 살인사건과

뒤엉키면서 흥미롭게 출발한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야기가 뒤로 이어지면서 그 흥미로움이

유지되지 못하고 분산되어버린다는 것이다. 대개의 이야기가 초반엔 살짝 지루해도

이야기 속에 빠져 후반으로 가면 속력을 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남한의 현실 속에서

뒤섞이지 못한 채 떠돌 수 밖에 없는 그들의 괴로움과 바닥의 바닥으로 치닫는 모습들을 보여주려는

소재들이 외려 이야기를 흐리는 군더더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정주아줌마가

주인공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흥미롭게 시작했으나 살짝 아쉬움을 남기며 끝이난 이야기 강희진 <유령>이었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