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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집합이다.

과거는 이미 고정되어 있는 것이고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가능성으로 가득찬 미래에 비해

덜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때로 재미없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의

가능성은 때로 어찌될지 알 수 없다는 불안으로 느껴질 때 우리는 후회와 상상력이 반쯤 뒤섞인

마음으로 과거를 돌아본다. 그때 이랬다면,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마음으로.

그래서 역사는 고정된 것이지만 동시에 그 과거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 나의 상황 나의 생각에

따라서 무한히 변화하는 텍스트가 되기도 한다.

 

한소진 장편소설 <정의공주>를 읽었다. 정의공주는 세종대왕의 두번째 딸로, 박학다식하였으나

여성이기 때문에 전면에 나설 수 없었던, 그리하여 한글창제에 숨겨진 공로자이다. 작가는

그런 정의공주의 삶을 따라가면서 우리 나라 한글창제의 숨은 뒷이야기를 밝혀낸다.

하지만 주인공은 너무 고귀한 공주이고 또 너무 어질고 착하고 지헤롭고 똑똑해서

이건 뭐 요즘 유행하는 엄친딸은 저리가라다. 그러다 보니 감정이입을 해서 흥미롭게 읽기엔

다소 아쉬움이 있다. 여자이기 때문에 한글창제의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는 한계와

그리고 결혼해서 남편의 사랑을 받는 과정에서의 여자로써의 아픔이 고난이라면 고난.

너무 정의롭고 너무 똑똑하고 너무 고귀하고 너무 효성스러운 정의공주의 일생은 한글창제와

어울려 재미있기는 했지만 모범생의 그것처럼 지금의 우리에겐 다소 심심한 면도 있다.

하긴 그녀는 조선 시대 최고의 모범생이 맞기는 하다. 게다가 한글창제의 당위성이나 철학을 다루는

야기다보니 뭔가 색다른 시선이나 관점을 제시하기 어렵다. 너무 당연하고 너무 위대한 일이고

너무 교훈적이라서 말이다. ^^;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우리는 한글에 대해 얼마나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세종대왕에 대해 알고 한글에 대해 알고 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만든 사람과 만든 목적과 그 시기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문자.

가장 과학적이면서 또한 철학적인 문자. 그래서 가장 사랑받는 왕인 세종대왕.

그러나 딱 거기까지만이 전부는 아닌지 말이다. 주말 다녀온 전시회에서 100년 전 신문 광고를

보면서 참 가파르고도 험하게 변해온 한글에 대해 생각했었다. 언어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법이긴 하지만 사회가 험하다 보니 언어도 따라 험하고 거칠게 변해가는

것이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나부터라도 좋은말 고운말을 써야 할텐데 말이다...ㅡ.ㅡ;

 

세종대왕의 둘째 딸 정의공주를 통해 다시 한번 느껴보는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이야기

한소진의 <정의공주>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