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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물고기들의 화려한 색채와 반짝이는 비늘의 아름다움.

그러나 그들이 죽었을 때면 나는 이미 죽어버렸고 이제 썩어가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만방에 알리는 강한 죽음의 비린내를 풍긴다.

살아있음의 아름다움과 죽음의 추함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게 물고기였던가

책을 덮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구병모의 두번째 이야기 <아가미>는 아가미가 달린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인어공주가 아닌 인어왕자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느낌에서 출발한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동화적인 분위기가 다소 전작을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전작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느껴졌던

시니컬하면서 다소 우울한 분위기는 작가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라는 걸 알 수 있게 해주었고.

그런 분위기는 <아가미>에서도 쭉 이어진다. 허나 차갑거나 아프기보단 그래도 따뜻함이 있다는 건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은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알 것이다.

 

이게 왜 현실이 될 수 없는데 라고 말하던 작가는 이번에도 이런 일이 없으리란 건 없잖아

하면서 아가미를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꺼낸다. 첫번째 이야기가 성공을 거두고 나서

두번째 이야기에서 자신이 가진 내면의 공력이 얼마만큼인지 드러낸다고 할 때에

작가는 이후 세번재 네번째 이야기도 찾아 읽게 할 정도의 능력이 있음을 알려준다.

공들여 다듬은 문장들도 늘어지거나 허술하지 않게 이야기를 굴려가는 솜씨도 다음번 이야기를

기대해도 된다고 말해준다.

 

소설이 끝나고 해설이 이어져 있다. 비토옹의글에서 해설에 대한 비유가 이건 좀 심한 거 아니야

했는데 소설을 읽고 보니 뭐 그렇지만도 않구나 싶다. 우리나라 소설 뒤에 해설이 붙어 있는 경우

소설에 잘 어울리는 딱 좋은 해설인 경우보다는 대개가 사족인 경우가 참 많다.

오히려 소설의 재미를 끌어내리고 재미없게 만들어버리는 때도 있으니 이번이 그랬다. 그래서

이 책의 별 점 반 개를 해설이 깎아먹었다고 말하고 싶다. 굳이 왜 이런 해설을 붙여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든다. 하긴 그런 적이 어디 한두번인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는 건

작가의 몫이고 그걸 제대로 느끼든 아니든 그냥 독자에게 다 맡겨주오 라고 외치고 싶달까.

근래에 나오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들은 가만히 보면 청소년들을 위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기존의 한국문학이 가진 무거움에서 벗어나 가벼운 이야기들을 찾는 어른들에게 더 많이 읽힌다.

그건 기존의 지나치게 순수했던? 문학들에서 벗어나 좀 더 가볍지만 재밌게 잘 쓰여진 이야기들에

대한 독자들의 욕구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걸 굳이 청소년문학이라는 외피로

지나치게 순수한? 문학들과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문득 "세상에는 재치있게 씌여진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 떠오른다. 책들을 읽다 보면 진짜 그렇다는 걸 깨닫게 될 뿐이다.

 

장편이라 하기엔 좀 짧은듯한 이야기지만 그러나 충분히 재미있었던

구병모의 <아가미>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