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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다.

그에게는 고도 비만과 다이어트 요요현상 사이를 오가는 아내가 있다.

그는 아내가 죽기를 바란다. 그러나 자기 손에 피를 묻히기는 싫다.

그저 사고가 나고 이 지겨운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그렇게

아내가 죽는 순간을 상상하면서 자신이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를 되새김질하는 남자.

그런데 어느날 아내가 진짜로 죽게 된다. 아내의 죽음은 자살?타살? 그는 범인으로 몰리게 되는데.

시작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그는 자신의 상상은 결국 실현된걸까, 아닐까.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사랑의 파괴자로 볼 수도 있다.

결혼을 하고 나면 그 뜨거웠던 열정도 아름다운 추억도 모두 사라져 버리고 남은 것은

애증과 우울로 떡칠된 일상뿐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야기는 결혼의 우울한 측면을 확대해서

보여준다. 이래도 결혼이 하고 싶어? 라고 들이대듯이 말이다.

 

책 속에는 세 남자가 등장한다. 아내를 살해한 용의자로 몰리는 데이비드 페핀.

그리고 그를 추적하는 형사 샘 그리고 해스트롤. 이 세남자는 모두 결혼의 덮에 빠져

인생이망가져버린 인물들로 나온다. 데이비드 페핀은 아내를 죽인 용의자이고

샘 셰퍼드는 영화 도망자의 주인공인물이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가

다시 무죄로 풀러나 형사가 된 인물, 그리고 해스트롤 역시 아내 때문에 미치고 팔딱 뛰고 있다.

이 세 남자는 아내의 생각을 알 수만 있다면 아내의 두개골을 쪼개서 열어보고 싶을 정도로

환장할 노릇에 직면했다. 그 문장이 나왔을 때 아마도 그의 아내들 역시 도대체 이 간단한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남편의 두개골을 쪼개서 머리속에 뇌라는게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 남자의 모습은 결국 결혼 생활의 우울이

결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가 자초한 본인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걸 보여줄 뿐이다.

 

다이어트와 요요현상을 오가다가 결국엔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날씬한 미인이 된 아내.

그런 아내를 견디기 힘들어한 페핀의 이야기에 오호라~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이후 헤스트롤의 환장할 결혼 생활, 그리고 익히 잘 알려진 '도망자'의 주인공 샘의 이야기까지

나오다 보니 뭐랄까 내가 돌림노래를 듣는 것처럼 돌림 이야기를 읽고 있는가 싶어진다.

결혼의 우울한 측면을 까발리는 것은 흥미로웠지만 페핀의 이야기가 해스트롤의 이야기로 넘어가고,

이후 1권 후반부에서 2권 거의 중반부까지 샘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는 이건 샘의 이야기냐 싶을 정도

였다. 세 남자가 똑같이 말하는 연민과 환멸과 우울과 자책감 가득한 결혼생활의 우울과 절망을

이야기해대니 돌림노래 처럼 똑같은 걸 세 번씩 반복하는 듯 느껴졌다. 게다가 샘의 이야기만으로도

벌써 책 한권 분량이 되어간다구!

 

내 생각에는 샘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양념처럼 곁들일 이야기로 만들고 페핀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더라면 훨씬 더 재미있고 긴장감 만빵이었을텐데 싶었다. 마치 스스로 자기이야기에

도취된듯 장황하고 어수선하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듯 느껴지는 부분들도 좀 있었다. 좀 더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하고 두 권짜리를 한 권 분량으로 압축했다면 진짜 대박이었을 텐데 말이다.

소재나 발상은 충분히 흥미로웠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덧붙여서, 탐정 미스터 뫼비우스. 솔직히 에셔의 그림과 이 남자의 이름이 등장했을 때

너무 뻔하고 믾이 유치한 이름에 손발이 좀 오글거렸다. 이건 너무 상투적이니까 말이다.

허나 뭐 이야기가 뭘 보여주고자 하는지 에셔그림이 제대로 보여주고 있기는 하다.

에셔의 그림이 보여주는 걸 제대로 이야기로 만들어냈는지는 글쎄~ 읽어보시라.

 

2010년 뉴욕 타임즈 올해의 책 선정, 스티븐 킹과 스콧 스미스의 찬사, 관심을 끌 조건으 충분히 갖추었다.

이야기는 흥미롭게 출발한다. 소재, 발상 다 재미있다구. 그러나 책을 덮었을 땐 좀 아쉬웠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