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시처럼 느껴지는 그림책들이 있다.

내게 유리 슐레비츠의 <새벽>은 그런 그림책이다.

 

아직 어스름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일어나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 본 적이 있는지.

저녁이면 어둠은 슬금 슬금 내려앉아 우리의 시야를 가리지만

새벽은 살금 살금 물러나는듯 싶다가 어느 한 순간에 온 세상이 빛으로 가득해진다.

어둠이 빛으로 변해가는 그 순간, 어느 광고처럼 참 좋지만 말로 직접 설명하긴 참 어려운,

매일 다가오지만 언제나 신비롭고 아름다운 새벽과 여명의 그 순간을 잡아낸 그림책.

글은 매우 짧고 그림도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책을 펼치면 그림책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가 된다.

 

사실 이 책은 아이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렵고 또 심심한 것이 재미없을 책이다.

새벽이나 아침이 오는 게 아이들에게 대수로울리가 없으니까.

그러나 어른이 되면 새벽이나 아침이 주는 의미가 참 달라진다.

어릴적에는 그 쓴 나물이 뭐가 맛있냐고 했는데 이제는 나물을 찾아먹는 내가 되어버린 것처럼.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보단 주위 어른들에게 종종 권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읽는 동안 마음이 잔잔해지는 책이니까.

간절히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새벽이 찾아오는 그 황홀한 순간에

마음이 환해지는 것이 느껴질 테니까.

 

유리 슐레비츠의 그림책을 만난 건 한참 전이다. 그림책에 이제 막 빠져들기 시작하던 무렵이니까.

그 후 <새벽>은 마음이 어수선할 때면 종종 꺼내 훑어보는 그림책이 되었다.

그리고 여행을 가서나 산에 올라서 맞이했던 그 새벽의 추억들을 떠올리곤 한다.

<새벽>과 함께 그의 <비오는날>도 좋다. ^^;

근래에 요즘에 읽는 그림책이야기들만 하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좋은 그림책들, 책들

이야기도 하고 싶어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새벽>이 떠올랐다.

 

매일 찾아오는 새벽과 아침.

그러나 그 아침과 새벽이 언제나 같은 날들은 아닐 것이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