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모든것이 내게는 어찌나 종잡을수 없고 어찌나 단편적으로 보였는지...

몇 개의 조각들, 어떤 것의 한 귀퉁이들이 갑자기 내 수사의 과정을 통하여 되살아나는 것이었습니다.....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인생이란 바로 그런 것인 모양이지요.....

과연 이것은 나의 인생일까요?

아니면 내가 그 속에 미끄러져 들어간 어떤 다른 사람의 인생일까요?

- 본문 중에서

 

*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남자. 그는 과거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찾아간 탐정에게서

지금부터는 뒤를 돌아보지 말고 현재와 미래만을 생각하며 살기를 부탁받으며 '기 롤랑'이란 이름을 받는다. 남의 인생의 감추어진 이면들과 그들 인생의 보이지 않는 뒷모습을 밝히며

8년을 보내고 은퇴하게 된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과거를 찾아 떠난다.

그는 찾을 수 있을까? 자신의 과거를, 자신의 인생을.

그가 찾는 자신의 인생은 안개 뒤에 숨은 듯하여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보일 듯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소설은 읽는 내내 안개 속을 헤매이는 모호하고 서글픈 쓸쓸함이 감돌며 슬프다.

 

이것은 나의 인생일까요? 아니면 내가 미끄러져 들어간 어던 다른 이의 인생일까요?

하고 묻는 질문에 누구도 정확히 답해 줄 수 없다. 인간은 과거로부터 분명자유롭지 못하고,

과거에서 놓여나게 된 이후에도 늘 과거를 그리워 하며 살아가게 된다.

왜 그럴까? 왜 우리는 뒤돌아보지 않고 현재와 미래만을 생각하며 우리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아마도 우리는 아는 것이겠지. 과거를 제대로 정립하지 않고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것은 과연 나의 인생인가요?

-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