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게 행운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행운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요.

대부분 작은 행운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큰 욕심을 부리고 맙니다.

욕심 때문에 자신이 점점 행운과 멀어지고 잇다는 것 까마득히 모르면서 말이지요.

- 본문 중에서

 

*

진달래시 길모퉁이에 '행운돼지' 가게가 문을 연다. 하루에 딱 10명만 들어갈 수 있는 이 가게는 그

사람이 원하는 마법과도 같은 행운의 물건을 내어주는 신기한 가게다. 그것도 공짜로 말이다.

사람들은 처음엔 미심쩍어하지만 이내 곧 가게 앞에 줄을 서고 기다리며 자신에게도 다가올 행운을

기다린다. 그 가게에서 사람들이 들고 나오는 행운이란, 무엇이든 두 개로 만들어주는 항아리, 범인을 알려주는 안경,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술병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그 행운의 물건을 사용하는 사이에 사람들은 조금씩 조금씩 돼지로 변해간다. 주인공은 그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고 어떻게 해보려 하지만 어느새 도시 전체는 돼지의 도시로 변해버리고 만다.

(이 동화책에서 바라는 행운은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행운 보다는 요행, 기적, 대박 같은 것의 다른 이름이긴 하다)

 

유럽의 철학적인 동화들, 미국의 상상력이 넘치는 동화들, 일본의 아기자기한 동화들...

동화들이란  때로 그 나라의 교육관과 가치관을 문화 수준을 그래도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런 동화들을 보고 있다 보면 우리 나라는 어떤가 생각하면 이래저래 아쉬움 밀려오곤 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근래 유아그림책 시장과 동화시장이 커져 가면서 이런 저런 새롭고 신선한  

동화들이 많아지고 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 동화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대개가 교휸적이란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게 뭐가 그리 많은지, 우리나라 어른들이 아이들을

여전히 계몽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음이 느껴진다. 가끔은 반성적 독서 교훈적 독서에서 한발자국도

변하지 않은 것들도 보인다. ㅠ.ㅠ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아이들 책 시장에는 유독 감동적인 것이 많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서 보자면 지나친 눈물바람과 슬픈 사연,  감성만 자극하는 것들도 상당수 있다고 여겨진다. 인생 이제 몇년 산 아이들에게 뭐 그리고 감동적이고 눈물빼는 이야기를 하는지 아무리 한많은 민족이라지만 가끔은 뭔가 가슴이 텁텁하곤 하다.

어째든 이 <길모퉁이 행운돼지>는 굳이 말하자면 교훈이 넘치는 동화다.

분에 넘치는 행운, 노력없이 얻어지는 행운을 바라지 말라는 그랬다가는 돼지가 되어버린다는

다소 무시무시한? 내용인 것이다.

그러나 이 <길모퉁이 행운돼지>는 그 교훈을 무조건 그대로 따르라고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이 책은 흔히 아이들 동화에 나오는 참회나 반성 그리고 해피 엔딩의 결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인공 아이가 고생끝에 돼지로 변한 부모님을 인간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모험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돼지로 변한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즐겁게 살았습니다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돼지로 변한 이들은 그들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어떻게 해야 할까를 되물으며 끝이 난다.

그야말로 책을 덮고 개운하게?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될까? 다시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물론 정답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걸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점 말이다.

 

우리들은 모두 행운을 바란다. 그런 행운을 거머쥔다고 누구나 동화책에서처럼 돼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에서 처럼 문제는 우리들이 자신의 행운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