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는 똑같은 일상과 질서 만한 것이 없다.

지금까지 매일 아침 거의 만 번을 이렇게 출근했는데도 출근길이 점점 더 즐겁게만 느껴진다.

....

 

길을 걷다 보면 세계 이곳저곳을 나다니기 보다는 착실하게 일을 하는,

믿음직스럽고 품위 있는 사람들과 같이 움직인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인다.

내 인생처럼 그들의 인생도 정확한 시계 초침에 맞춰 돌아가고 있으며,

우리는 그 길에서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마주 친다.

 - 달리는 폭슬리 中 에서

 

*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데는 일상의 질서만한 것이 없다.

실연을 당해도, 큰 일이 생겨도 식음을 전폐하거나 해선 안된다.

상처 속으로 고통 속으로 침몰하게 되니까. 어찌할 수 없는 때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더 열심히 챙겨먹고 더 열심히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그런 일상들이 아주 조금씩 거리감을 만들게 하고, 기억을 무디게 만들고, 상처를 아물게 한다.

사라지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씩 견딜 수 있도록, 그래도 조금은 버틸 수 있도록,

그래도 더 빨리 아물 수 있도록, 그래도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시계처럼 어김없이 돌아가는 일상이 괴로울 때가 있지만.

일 초 일 초 어김없이 지나가주는 시간이 위로가 될 때도 있으니까.

 

로알드 달의 능청스러움이란 단연 세계 챔피언 감이다.

그의 단편 시리즈 '맛'에 이어 읽게 된 '세계챔피언'

이 이야기들 역시 속이고 놀리고 속는 이야기들이 쭉쭉쭉~ 이어진다.

이 이야기에서 등장한 장면이나 인물이 다른 단편에 슬쩍 슬쩍 등장하기도 하는 로알드 달의

농치는 솜씨도 과연 볼만하다. 여전히 뻔뻔하고 응큼하며 능청스럽고 황당하고 장난스러운

재미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로알드 달의 이야기들이다. '세계챔피언'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