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이 엄마

 

 - 정호승

 

내 가장 친한 친구

노근이 엄마가

지하철역 남자 화장실

청소 일을 하신다는 것을 알고 부터

나는 화장실 갈 때마다

오즘을 깨끗하게 눈다

단 한 방울의 오줌도

변기 밖으로 흘리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노근이 엄마가

원래 변기는 더러운 게 아니다

사람이 변기를 더렵게 하는 거다

사람의 더러운 오줌을

모조리 다 받아 주는

변기가 오히려 착하다

너는 변기처럼 그런 착한 사람이 되거라

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

그러게 변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었구나.

변기를 더럽히는 사람이 문제였구나

인간의 더러움을 다 받아줘서 더러워진 변기를

더렵다고 말하는 우리는 또 얼마나 부끄러운가.

화장실에 갈 때마다 착한 사람이 되라고 그렇게 다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생각한다면 착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도 절로 착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세상에 그런 변기같은 사람들이 가득했음 좋겠다.

 

 

정호승 시인의 동시집<참새>가 나왔다.

시인의 동시와 정지예가 그리고 바느질로 채운 일러스트가 눈에 띄고 이쁘고 정겹기도 하고 그렇다.

바느질로 적은 시의 제목들 그림들 그리고 가끔은 시들도 다 바느질로 채웠다. ^^

정호승시인이야 여러 시들로 워낙에 유명하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있고 그렇지만,

그가 동시로 처음에 데뷔했다는 걸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의 말대로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 속에 아이가 하나 있다고

그 아이의 말을 옮겨 놓은 것 뿐이라는 듯 능청스러운 동시들을 풀어 놓는다.

한번 읽고 유치하구나 하는 동시들이라기 보다는 읽고 또 읽고 읽어도

그때마다 맛있을 것 같은 그런 동시들이다

허나 동시집 가격이 만만치는 않구나 ㅡ.ㅡ;;

-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