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목표가 보이지 않을 때 기다리는 것이다

-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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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목표가 보이지 않을 때, 차분히 기다리는 것. 그것만 잘해도 반쯤은 성공하겠다 싶다.

내가 잘 못하는 일들 중 하나가 바로 기다리는 것이다. 성질이 급해서겠지?

나이가 들면 그것도 좀 고쳐질 줄 알았는데 덜렁대는 것 만큼이나 잘 안되는 것 중 하나다.

목표가 보일때는 보여서 덤벙대로 보이지 않을 때는 보이지 않아서 초조하니

나는 아직도 멀었다. 멀었어.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으로 잘 알려진 가이도 다케루의 신작이 나왔네 싶어 읽게 된 <의학의 초보자> 그런데 이거 책도 좀 얇고 내용도 많이 허술하다. 왜 그러지? 싶어 다시 살펴보니 이 책은 '미스테리 야' 라고 영어덜트를 위한 미스테리 시리즈 중 하나다. 영어덜트라는 말 좀 웃긴다. 어쨌든간에 십대를 위한 미스테리시리즈라는 거다. 전에 본 '거꾸로 선 탑의 살인'이라는 책도 이 시리즈 중 하나였다. 살펴 보면 둘 다 십대의 주인공이 등장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청소년을 위한 이런 추리물 시리즈가 따로 있다니 일본 애들도 재미있구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스테리나 추리물에 굳이 청소년용이라고 따로 있다는 건 좀 어색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세계적인 게임 학자인 아버지를 둔 카오루는 전국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전국1등을 한다. 그로 인해 도죠대학 의학부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면서 중학교를 다니는 이중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카오루가 1등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아버지가 시험문제 출제자였기 때문인데 말이다. 얼떨결에 큰 소동으로 말려들어간 카오루는 자신을 이용하기 위한 후지타 교수와 맞서게 된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다 허술하다. 실력없는 중학생인 카오루가 얼떨결에 의대 연구생이 되는 것도 후지타 교수에게 이용당하면서 그게 반격하는 것도 전작들에 비해 대충대충이 너무 많다. 전문적인 의학 연구를 십대들도 잘 이해하도록 애쓴 부분이나 십대들의 문화를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넣어보려고 애쓴 흔적들은 많이 보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바로 그 청소년용이라는 점이 이야기를 허술하게 만드는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어째든 그 안에서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재미있다고 여긴 점은 아버지와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카오루가 메일로 아버지와 소통하는 점이다. 아버지와 아들이란 관계는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할 수 없는 고민상담이나 이야기들 충고와 조언을 메일로는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 오가는 소통, 그 거리가 둘 사이의 완충역할을 하고 있어서 일 것이다. 블로그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속내를 털어놓고 가슴 속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대놓고 얼굴을 마주하고는 못할 아버지의 충고들이 자주 나온다. 아버지의 메일이라는 걸 통해 작가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게 얼굴만 맞대면 싸우는 사춘기 아이들하고라면 차라리 이렇게 메일을 주고 받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가이도 다케루의 많이 아쉬웠던 이야기 <의학의 초보자>였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