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민국 대표 이름 ’순이’ 를 제목으로 한 책이 또 하나 나왔다.

전쟁이 끝난 직 후의 강원도 양양에 살고 있는 7살 순이네. 이런 저런 세상의 난리 통에서 살아남은 그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바쁘다. 7살 순이는 그런 어수선한 세상과 어른들의 고민들과 무관하게 지극히 아이다운 날들을 보내고 있을 따름이다. 먹고 자고 놀고 먹고 자고 놀고 말이다.

그러나  세상도 그처럼 수월하고 별 고민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자식들을 전쟁통에 둘이나 잃어버린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사나흘이 멀게 마누라를 흠씬 때려대는 아들네미도 남편에세 맞아가면서도 악착같이 돈을 벌어 떵떵거리고 살고 싶은 엄마도 엄마에게 미움을 받으며 할머니 품으로 안겨드는 순이도 고추달고 나왔기에 엄마 곁에서 이쁨을 듬북 받는 철이도. 다들 제각기 제 나름의 한과 상처와 슬픔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순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 일곱살 일년동안의 이야기다.

 책을 펼치자 마자 쏟아져 나오는 사투리의 향연.

 "이누무 지즈바야, 쌀이 읎는데 그럼 나물이래두 안 처먹으문!

  니는 요누무 배때기 곯어 죽어두 좋너?"

 "동상만두 못한 기! 철이 줌 봐! 눈깔이 있으문! 나이를 똥구녕으루다가 처먹어두..."

 "니 애비가 누구 닮었겐? 저누무 영감을 똑 닮었지! 아이구우, 저누무 드르운 누무 첨지!

 사람을 쥐 잡듯 잡도리 해야 직성이 풀리니, 저런 드르운 성질 머리 하구는...."

 이게 우리글을 읽는 맛이 아니겠어 ~ 뭐 그런 마음이랄까. 소리내어 사투리를 따라 읽으면 씩 웃음이 난다. 그런 사투리와 더불어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와 진배없는 그런 가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전쟁 60주년. 그러니 전쟁의 페허와 아픔에서 일어난 것도 겨우 60년.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으로써는 상상하기 어려운 먼 옛날 처럼 여겨진다. 전쟁을 겪고 또 그 많은 현대사의 혼란 속을 헤치며 살아온 분들에게 지금 세상의 모습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십대들 순이처럼 어린 아이들에게 이야기 속 ’순이’가 살고 있는 전후 시대도 마찬가지로 이해 못할 시대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어른들이 읽는다면 진한 향수를 느끼게 되겠지만 지금의 십대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지금은 할아버지와 손자 세대인데 겨우 두 세대만에 너무나 달라져버린 우리들이니까.

 

 1950년대 강원도 양양. 투박하고 정겹고 서글프고 서럽고 가난하고 슬픈 그 시절 이야기

이경자 장편 소설 <순이>였다 .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