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는 오해를 하며 살아가지만

어쩌면 끝까지 자기 자신을 모르는 채 끝나는 게 인생일 것이다.

우주를 유영할 수는 있어도 지구의 한 가운데는 만져볼수 없는 것처럼.

- 시그널 레드. 229Ρ에서

 

 

*

우리들은 모두 자기 자신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고 오해를 한다.

그래놓고는 누군가 자신에 대해 날카로운 한마디를 건낼라치면 니가 날 아냐고,

네가 아는 나는 실은 그렇지 않다고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쏘아 붙이곤 한다.

자신 역시 연인에 대해, 자식에 대해, 부모에 대해, 친구에 대해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굴고 있으면서 말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다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

다만 이랬으면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 놓고는 그걸 자신이라 착각한 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타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럴거라고 생각하고는 철썩같이 믿어버린다.

그래 놓고는 나중에 가서는 니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고 배신이라고 말해 버린다.

세상은 온통 오해 투성이다. 자신에 대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그러나 어쩌랴. 그게 우리들의 모습인 것을. 이제서야 겨우 우주 밖에서 헤엄치듯 유영하며 지구의 모습을 겨우 볼 수 있게 된 인간들일 뿐인 것을. 타인을 통해 나를 보고 자신을 통해 타인이 그러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며 장님처럼 그렇게 더듬더듬 살아갈 뿐인 것을.

 정미경 소설집< 내 아들의 연인>을 읽었다. 정미경은 비굴한 현실의 얼굴을 가리지도 않고 드대로 드러내는 이야기를 쓴다. 보이고 싶지 않은 더러운 속내를 꺼내 보이는 이야기, 현실의 바닥과 그 바닥에서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이야기, 그래서 읽는 이의 마음을 좀 불편하고 심란하게 만드는 정미경의 소설들. 그런데 왜 나는 늘 그녀의 신작이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사읽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이제 겨우 아물어가는 상처의 딱지를 다시 헤집어 긁어대는 심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상처와 감추고 싶은 속내와 그 불편함을 마주하고 싶다는 이상한 심리 말이다.

 이 책에는 자신의 갈등과 혼란이 세상이 말하는 그런 뻔한 것임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은 이들이 등장한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사람이 다름 아닌 나 자신임을 깨닫게 한다. 우리 속에 있는 알량한 자존심과 양심이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거야? 실은 이렇게 살면 안되는 거잖아,하고 묻게 만든다. 그런데 어쩌겠어, 이게 삶이잖아, 이게 현실인걸... 하고 또 도망치려는 마음 역시 담겨 있다.

지금, 이 시대, 이 현실을 살아가는 초라한 우리들의 모습, 그 속내를 그려내고 있다.

불편하고 괴로운데도 자꾸 읽게 만드는 이상한^^;; 정미경의 소설 <내 아들의 연인>이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