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일은 누구에게나 미지의 영역일세, 지도는 없어.

다음 모퉁이를 돌았을 때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 모퉁이를 돌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어. 짐작도 못하지.

- 본문 492에서

 

 

*

인생과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갈런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그렇게 한치 앞의 미래도 알 수 없는데도  그럼에도 우리들은 이미 한 번은

혹은 두서너번은 더 살아본 적이 있는 것처럼들 살고 있다.

이게 옳아. 나는 맞고 너는 틀려. 여기가 아니고 저기가 답이야.

그러나 실상은 어떤 것이 옳은지 어떤 것이 바른지 어디가 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모른다는것을 알고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그동안 책을 사두고서도 읽지 않았던 <1Q84 > 3권이 일본에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또 조금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슬슬 3권이 나왔을 때가 되어 나도 책을 읽을 때가 되어간다고 여겼다.

(번역이 되어 나오려면 7월 초반즈음에 나오지 않을까 싶은게 나의 예상이므로 그런데 소식도 없이 잠잠하구나~) 어쨌든 그리하여 시작한 <1Q84> 

역시 하루키 스럽고 하루키다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번갈아 이어지는 내용이 ㄴ가 좋아했던 <일각수의 꿈> 생각도 나는 것이 나름 반갑과 여전히 금욕주의자 같은 독신의 주인공도 그렇고, 세상의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 듯 하면서 또 그 무엇보다 세상의 핵심에 대해 가깝게 붙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도 그렇고 하루키 소설이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들은 쉽게 빠져들어 읽었을 것 같고 하루키 소설을 모르다가 베스트셀로로 장기집권 하는 것을 보고 집어든 이들은 뭥미 하면서 더듬더듬 읽어나가지 않았을까나 싶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나 그만큼 팔리고 읽힌다는 것은 이미 우리 사회에 하루키 소설이 하나의 문화 코드로 굳건히 자리잡았음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 때 그의 소설을 읽었다가 접었던 이들에게도 이제 막 그의 소설들을 하나 둘 다시 찾아있는 이들에게도 말이다.

 

  하루키를 읽을 때면 한참 그의 소설을 열심히 읽었던 대학 시절 즈음이 생각이 나기도 하고

시간이 흘러 내가 변해온 만큼 또 여러 모로 변해 온 하루키 소설의 세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소설 속 문장은 변하지 않은 듯 변했고 소설 속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 역시 변한듯 싶으면서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듯 느껴졌다. 그러면서 1권이 어느새 끝이 나고 이제 슬슬 2권을 시작한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