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분명히 말해 두지요. 내일만이 미래가 아니라구요.

-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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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도 없고 능력도 없으면서 그저 손톱만한 자존심만 내세우는 뻔뻔하고 치기어린 스물 세살의 불량청년.  주인공은 딱히 제대로 하는 일도 없이 애인에게 용돈을 달래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지만 친엄마에게 버림받고 양부모에게서 뛰쳐나왔지만 그래도 인생 한 방만 믿는 어리석은 청년이다.

그런 스물 세살의 청년에게 열 일곱살이 된 미래의 아들이 찾아온다. 아들은 아버지가 꽤 멋진 사람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적응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자신의 미래와 인생을 마주하지도 않은 채 치기어린 마음으로 방황하는 모습을 바라보기가 안쓰러울 따름이다. 스물 셋 아버지와 미래에서 온 열 일곱 아들의 모험기 <도키오>다. 아들이지만 아들이라 말할 수 없는 도키오가 네 아버지가 누구냐는 질문에 급하게 키무라 다쿠야 라고 답하던 장면. 여기서 빵 터져 한참을 웃고 말았다는~ㅎㅎㅎ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은 대개가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그런 상상에서 출발하는 것들이 많다.

나와 똑같은 클론이 있다면, 엄마와 딸의 영혼이 뒤바뀐다면, 미래에서 나를 구원할 누군가가 찾아온다면, 딸의 처참한 죽음을 마주한 아버지라면, 미워하는 사람을 파괴하기 위한 방법들에는.....

그러나 우리가 그런 상상들을 그저 한번의 상상으로 그칠 때 그는 그걸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게다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상상 마저도 책을 읽는 동안은 이야기에 푹 빠져서 읽도록 만든다. 분명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데 그런 건 상관없이 열심히? 읽게 만든다. 그러니 그가 타고난 이야기꾼임에 분명하다.

 

 <도키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꾼으로써의 능청스러움이 돋보이는  이야기였다. 미래에서 과거의 아버지에게 찾아온 아들이라는 설정부터 말도 안되지만 그런 건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들고 듣도 보도 못한 병도 진짜 있나 보다 하고 읽게 되고 말이다. 이야기 속에서 뻔뻔하고 능청스러움이 이야기 곳곳에서 빛난다.

 

사람들은 누구나 시간의 흐름 안에서 평등하다. 그 누구도 시간을 비켜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그 시간을 거슬러 가고 뛰어넘어 가보고 싶어한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었다면 하는 마음 때문에 지금 벌어지는 일들의 결과는 어서 알아내고 싶기 때문에 말이다. 진짜 이런 일이 있다면 재미있겠네 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시간을 거슬러 벌어지는 불량청년 아버지와 모범 청소년 아들의 한바탕 모험극 <도키오>였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