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우리는 우리의 앎에 갇혀 있다. 특히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무지하다. 내가 살고 있는, 예를 들어 서울의 지도를 펼쳐 놓고 색연필을 하나 집어든 후, 평소에 자주 가는 곳과 한번쯤 들른 곳, 한번도 가지 않은 곳을 각기 다른 색연필로 칠해 보면 우리가 사실은 서울의 아주 한정된 지역에만 머물고 다른 곳에는 전혀 가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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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는 모두 우리의 앎에 갇혀 있다. 어떤 것을 안다는 것은 그것의 일부를 알고 있다는 것일뿐이지만 우리는 언제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이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척보면 알겠다는 듯이 말이다. 어릴땐 더 심했다. 그땐 몰라도 아는 척 했으니 (ㅋ~) 나이드니 좋은 것 중 하나는 모르는 건 모르겠다고 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걸 익히느라 얼마나 오만방정을 떨며 그 시절을 거쳐왔는지 생각만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어째든 아는 만큼보이고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생각하게된다는 우리. 아는 것이 얼만큼인지 얼마나 조금 알고 있는지 그러니 얼마나 많이 겸손해져야 하는지....

이번에 김영하의 도쿄 이야기를 읽다가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를 낯선 눈으로  두루 두루 더 많이 더 구석구석 돌아다녀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못가는 아쉬움을 그렇게라도 달래볼 예정이다 ㅡ.ㅡ "내가 한번도 가 본적이 없는 곳에서 내가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일을 해보기"가 올 해 재미난 일거리로 추친될 예정이다. 책에서 나온 것처럼 가리봉동 다방에서 커피 마시기처럼 말이다. ㅎㅎㅎ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 이번에는 도쿄다. 첫번째 도시는 ’하이델베르크’였다. 두번째 책이 나오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군. 도시는 도쿄 그가 들고간 카메라는 ’롤라이35’ 아주 작은 필름카메라로 불편하고 제대로 찍으려면 시간도 필요하지만 상대방이 의식하지 않는 순간 재빠르게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선택했다는 뭐. 그의 여행자 시리즈가 그렇듯 사진과 이야기와 에세이가 두루 섞인 비빔밥같은 책이다. 누구나 가볍게 선택하고 크게 실망하지 않는 메뉴인 비빔밥 말이다. 가볍게 읽고 보고 그리고 덮어버리는 책이랄까. 가깝고도 먼 도쿄 그리고 일본. 평소 일본 문화나 도시에 관심이 많은 나로써는 더 즐겁게 읽지 않았나 싶다. 여러 이야기들이 다 소소하고 재미있었지만 읽고 나니 거품이 맛있는 생맥주 마셔보고 싶어졌다는~ 아, 가고 싶다. 여행~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