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버리지 마! 만들기 할거야! 좋은 거 만들게 떠올랐어!" 쓰레기를 마음대로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성품이 굉장히 멋지지도 않다. 그러나 조카는 잘 갖고 논다.

 

손에 넣을 수 있는 건 뭐든지 재료가 되는 프랭크와 조카가 닮아서 함께 읽은 책이다. 어린 프랭크와 건축가 할아버지 프랭크도 우리와 사정이 비슷했다. 휴지의 둥근 심으로 만든 앉을 수 없는 의자, 책을 이상하게 쌓아서 만든 높은 건물, 아주 커다란 종이에 그려진 도시…….

 

그래서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알고 계신 건축가의 역할을 말씀해 주신다. 돌아온 프랭크의 대답은 "할아버지, 저 이제 건축가 안 할래요." 그래서 할아버지와 손자는 MoMA(뉴욕 현대 미술관)에 간다.

미술관에서 아서 영이 만든 헬리콥터, 프랭크 오 게리의 구불구불한 의자(Edges Side Chair), 샬럿 페리앙의 회전의자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만든 브로드에이커 도시 모형을 함께 보게 된다.

 

"건축가들이 의자도 만들고, 도시도 만드는구나. 비틀린 모양의 건물도 만들고 말이야. 할아버지가 잘 몰랐구나."

"괜찮아요, 할아버지. 저도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있던걸요."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모든 것으로 뭐든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는 그렇게 쭉 자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게 되고, 누구는 자라면서 다른 사람에게 그럴 듯하게 보이는 무언가만을 만들기 위해 애쓰며 살다보니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게 되고……

 

할아버지의 모습도 멋지다. 손주가 꿈을 접을까봐 미술관에 데리고 가신 것도, 당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시는 것도……

하루에도 몇 번씩 조카의 꿈과 재능을 무심코 짓밟는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이 책이 재밌는 여러 이유 중에 하나! 조카랑 많이 웃었다.

"얼른 네 자리로 돌아가!"

잊혀진 '에디'-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디자인해준 개집의 주인개이름에서 따온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