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일상은 언제나 내 충동을 보기좋게 잠재운다. 막상 떠나려 하면 가족의 끼니를 비롯한 여러 가지 내 역할과 떠남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 번잡함, 용기 없음이 번번이 나를 주저앉힌다. 마음 속으로는 늘 '다음'을 기약하지만 그 '다음'이란 게 현실에선 너무 아득하다. 이렇게 미루다 보니 가까운 곳에 가서 잠깐 바람을 쐬고 오는 것도 일이 되었고 여행은 그저 동경의 대상일 뿐이다. 이런 내게 여행서는 나른한 일상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한편 조급함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여행서의 저자들처럼 훌쩍 여행을 떠나리라는 전의를 불태우기가 무섭게 막연함이 치고 올라온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막연함과 여행에 대한 설레이는 자극은 부러움을 불러와 무거운 마음으로 책을 덮기 일쑤다. 일상에 얽매이지 않는 저자들의 자유로움과 용기가 부럽다. 여행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그 부러움도 동반 상승하는데 유럽 여행을 다룬 책이 특히 더 심하다.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는 발칸 반도 북서부에 있는 공화국 크로아티아의 천혜의 풍광을 담은 수많은 사진과 소박한 감상을싣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비경을 담은 사진과 두 공동 저자의 낭만적인 감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책이다. 크로아티아는 구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하고 신유고 연방군과 치열한 내전을 치룬 나라다. 백승선, 변혜정 두 공동저자는 여러 도시와 관광지 중 크로아티아의 최남단에 위치한 아드리아해의 대표적인  가장 유명한 휴양지 두브로브니크, 수도 자그레브, 최대 항구 도시 스플리트, 크로아티아에서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소개한다. 그 중 고딕양식과 르네상스 양식과 바로크 양식의 다양한 건물들이 마치 거대한 박물관 같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낭만적인 두브로브니크와 유럽인들이 죽기 전에 꼭 한번은 봐야 할 비경으로 손꼽는 플리트비체의 아름다운 풍광에 나는 흠뻑 매료되었다.

 '진정한 낙원'이라고 불리는 두브로브니크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견고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다. 성벽 위에서 바라본 주황색의 향연, 성벽을 따라 걸으며 본 아드리해의 쪽빛 바다, 성벽 아래 현지인들이 널어놓은 빨래가 미풍에 날리는 모습과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온해보인다. 행복이 스미고 행복이 번지는 모습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옥빛 호수와 울창한 천연림에서 희귀 야생 동, 식물과 물 속에 잠긴 나무가 자라는 플리트비체는 사진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장관이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보는 위치에 따라, 해가 비치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물빛, 우리의 섶다리와 비슷한 호수의 다리, 요정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나무, 수직으로 곧게 떨어지는 폭포 등은 장관이라는 말로 부족하고, 비경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탄성이 나오고, 입이 벌어지고, 숨이 멎고, 넋을 잃게 하는 풍광이다. 정말 죽기 전에 꼭 한번은 봐야 할 비경이 거기에 있다.

돈이 많다고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돈이 없다고 떠날 수 없는 것도 아닌 게 여행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행은 시간이 많다고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시간이 없다고 떠날 수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돈과 시간이 넘쳐나도 내키지 않으면 갈 수 없다는 말은 두 가지가 부족해도 마음만 있으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부러움으로 끝났던 다른 여행서들과 달리 이 책은 반드시 가리라는 전의를 다시금 불태우게 해준 책이다. 꼭 가고야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