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은 연산군에서 중종, 인종을 거쳐 명종을 배경으로 한 대하소설이다.

이 시대는 조선 역사상 가장 많은 선비들이 죽음을 맞이한 사대사화가 일어난 시기다.

사화에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담겨 있어 사화 자체만으로도 소설 못지 않은 재미가 있다.

피비린내나는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았던 인물들과 사건을

자신의 감정을 덧칠하지 않고 한결같은 담담함으로, 그러나 세심한 필치로 

인물과 사건을 그려낸 것이 홍명희의 [임꺽정]이고,

이 책을 시대 정신에 맞게 해독해 재구성한 책이

고미숙의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이다.

 

고전평론가인 고미숙 저자는

오늘날 심각한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인턴 등의 문제를 꺽정이와 친구들을 통해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꺽정이와 그의 친구들은 모두 백수다.

천민에다 백수면서도 궁상맞게 살지 않고 떳떳하다. 

물론 아주 잘 사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다들 그럭저럭 먹고들 산다. 

사랑과 우정, 공부와 놀이 면에서는 우리한테 조금도 꿀리지 않고 훨씬 더 풍요롭다.

놀면서도 당당하고 배울건 다 배우고 떳떳하게 자유를 누리며 산다.

신분은 비천하지만 주눅드는 법 없이 당당하고 콤플렉스 같은 것도 없다.

꺽정이와 청석골 칠두령은 놀랍게도 모두 달인들이다.

정말 놀랍다.

놀면서 당당하고, 천민이면서 기죽지 않고, 백수면서도 궁상맞지 않고,

배울건 다 배우며 떳떳하고 자유로운 꺽정이와 청석골 칠두령은 진정한 마이너들이다.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속하기를 거부하는 "주류적 가치로부터 자유로운 자들'말이다.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은

오늘날 백수, 비정규직, 노숙자들에게 길 위에서 사는 노하우와 배짱을,

길 위에도 얼마든지 자유로운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책은 경제, 공부, 우정, 사랑과 성, 여성, 사상, 조직으로 나누어 백수들과 비정규직 등

오늘날 마이너들에게 용기와 위로, 비전을 제시한다. 

임꺽정과 청석골 칠두령, 갖바치,

임꺽정과 동시대를 살았던 조광조, 서경덕, 황진이 등 걸출한 인물들과 사건 등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말발 좋은 화적들의 입담이 글발 좋은 고미숙 작가에게 붙들려 연신 키득거리며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있다'라는 표현보다 더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표현을 찾지 못해아쉽다.

정말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