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책이 좋아서, 책을 읽을 때 행복해서 책을 읽었다는 [밑줄 긋는 여자]의 성수선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고무줄놀이나 종이인형 자르기보다 책읽기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책읽기만은 밥먹기가 싫을 만큼 재미있었다고 하니 얼만큼 책을 좋아하는지 짐작이 간다. 그녀에게 책은 건조한 영혼의 보습제이며, 가출한 열정도 돌아오게 하는 에너지이며, 일상의 권태로움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새로움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읽기는 글을 쓰게 해주는 동력이 되어 ‘감성영업’의 노하우를 다룬 [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 간다]에 이어 [밑줄 긋는 여자]를 두 번째로 출간하였다.

 

저자는 대기업에서 해외영업을 맡고 있는 직장인이다. 평범한 직장인이 책을 확실하게 좋아했더니 책을 출간하고, 자신의 홈피 '수선이의 도서관’을 운영하고, 대학생과 대기업 신입사원들을 위한 멘토링 강연을 하게 된 것이다. 책 하나로 자신의 일과 삶을 풍성히 채워나가는 그녀가 아름답고 부럽다.

 

책을 읽으며 접지도 않고 밑줄을 긋지도 않는 내 독서 습관과 달리 그녀는 좋은 문장을 보면 과감하게 밑줄을 쫙쫙 긋는다. 그래서 같은 책을 읽고도 그녀가 기억하는 문장이 나보다 훨씬 더 많다. 나는 항상 페이지수만 적어놓고 나중에 옮겨적어야지 하다가 잊어버린다. 생각나더라도 다음에 옮기지 하고 미루다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렇게 잊어버리면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필요한 순간에 많은 시간을 들여 찾게되고, 아예 찾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와 [5가지 사랑의 언어], [모모]에서 그녀가 발췌한 문장을 만났을 때 내 게으름과 독서 습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그 문장들은 나도 발췌하려고 했던 문장들이었기 때문이다. 해서 이참에 새책처럼 보관하려는 습관을 고치기로 하고 12색 색연필을 구입했다. 나도 이젠 밑줄 긋는 여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이 책은 일과 일상, 사람 이야기를 하며 책을 불러내는 '독서에세이'다.  저자는 도쿄에 가기 전 [돈가스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고 일본에 가서 점심과 저녁으로 연속 돈가스를 먹는다. 그녀는 포장한 돈가스를 들고 연인에게 무작정 달려가는 책 속 주인공을 떠올리며 부러워하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싶은 한 사람을 생각한다. 신입사원이었을 때 '회사형 인간'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소설 읽기를 전면 중단하고 목표의식에 부합되는 책들만 읽다가 30대가 된 어느 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는 듯한 충격을 받은 이야기, 피터 드러커의[나의 이력서]를 읽고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게 된 데에는 뛰어난 문필가로서의 저력이었다는 발견, 김훈의[남한산성]을 읽고는 치사하고 더러워도 참아야 하는, 비루한 일상 속의 크고 작은 모멸을 견뎌야 하는 직장인들이 위안을 받는 건 좋지만, 안 그래도 되는데 납작 엎드려 비굴모드로 일관하는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자기합리화를 하는 하는 건 독서의 해악이라고 꼬집는다. 

 

이처럼 그녀의 독서는 삶과 사람과 밀착되어 있다. 책을 불러와 삶을 이야기 하고 책을 통해 사람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책 이야기는 삶의 진정성을 고민하게 하고 지친 일상에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깊이있는 독서로 초대한다. 그녀의 글은 재미있으면서도 깊이가 있어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또한 자연스럽게 책을 소개하고 있어서 관심 분야의 책을 안내받을 수 있어 좋다.

 

책읽기가 원천인 그녀의 삶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한 문장으로 인해 더욱 빛나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