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다른 바람에

 흔들리거나 꺾이지 마세요.

   

나는 수천리 푸른 바다를 달려 당신에게 달려가는 봄바람.

차마 오지 않을 것 같은 기다림도

 

연한 초록이 되어 찾아오는 이맘때면

공연히 마음이 두근거려 집니다. 

마땅히 나와 함께 불어야할 그대가 

행여 다른 바람에 섞이면 어쩌나

 다정도 무심도 병이라 

들뜬 이 마음 쉬 내려앉지 못합니다.

  

생애 가장 행복했던 봄날, 내 마음의 여행 <해금강>편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 책은 KBS1에서 방영했던 영상포엠 영상 들과 함께 화면 한 컷 한컷을 아름답게 어루만져 주던..그  따뜻한 나레이션들이  한 데 어우러진 책이다. 그야말로 멋진 사진과 함께 적혀 있는 글귀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그런 소장 가치 100%의 책. 

 
* 갈림길에서 그 사람에게 묻습니다.

 "어디로 가십니까?"

"그냥 시선이 머무는 곳으로 가고 싶답니다. 마음을 따라 여행하는 중이랍니다."

 잠시 모든 걸 떨쳐버리고 휴식 같은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충족시켜 보자. *

 이것이 바로 이 영상포엠 <내 마음의 여행>의 소박한 출발이었다고.  책임 프로듀서 장기황씨는 책 서문에서 말했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나뉘어져 잇다. 1 그리운 어머니의 품 크고 깊은 계곡의 품, 2 동쪽 섬 새 해 뜨고 파도 위 푸른 소망 만나리, 3 삶의 길섶에는 저문 강이 흐르고, 4 삶의 다름 이름 인연. 각각의 파트에서는 한국의 아름다운 명소들이 소개되었다. 1장에서는 강원 한계령, 전북 무주, 제주 추자도 그리고 영남 알프스 등. 이 책을 읽노라면 마치 편안하게 앉아 전국을 순회하는 듯한 여유로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갔던 곳이던, 이직 못 가본 곳이던, 왠지 마음이 뻥 뚫리고, 돌아서면 자꾸 생각나는 그런 곳,, 아직은 몰랐지만 앞으로는 잊지못할 ’그 곳’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의 장점은 단지 아름다운 그림과 서정적인 글귀뿐만이 아니다. 지방에서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왠지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되는.. 마음 속의 깊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고나 할까. 이 책은 바쁜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한 모금의 차 한잔처럼 한 박자 천천히 쉼표를 찍고 새삼 그 동안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와 얼마나 다른가. 나는 지금 내  길을 잘 가고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음악감독 손지명씨가 실제 방송영상에서 들려주던 주옥같은 배경음악들이 실려있다. 아마도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느끼면서 자기만의 배경음악을 상상하며 책장을 넘기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실제 음악 감독이 추천해주는 배경음악 또한 들어보고 싶었다. 이 노래는 어떻게 이 부분과 어우려 질 수 있을까.

이 책을 보고 나면 차마 보지 못했던 KBS1 TV의 영상포엠을 다시 찾아서 보고 싶은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내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 누구나 이 책과 그 영상과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