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방향을 바꾸어 적벽을 붉게 물들여라!

2008년 여름에 개봉했던 영화 적벽대전이 이어 2009년의 봄바람이 불기전, 나는 다시 활자로 적벽대전을 만나게 되었다. 비록 여름에는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이번에 책으라나마 말로만 듣던 적벽대전을 읽게 되다니..참 다행이었다.

이 책의 저자 스제펑은 베이징 대학의 중문학 석사와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으로 현재는 베이징 대학의 고서적 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그만큼 중국 역사에 대해 해박하고 때문에 전에도 CCTV방송국의 다큐멘터리 제작에 여러번 참여했을 정도로 문화콘텐츠에 대한 감각이 남달랐다.

"중국 후한 말기. 원소를 무찌르고 화북을 평정한 조조는 광활한 대륙을 통일하여 권력을 잡고자 약 18만 대군을 이끌고 남하하여, 전략의 요충지인 적벽에서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과 대치한다. 이 전투에서 손권의 장수 주유와 유비의 책사 제갈량이 화공 계략을 세워 조조의 선박을 모두 불태워 버림으로써 대승을 거둔다. "이 전쟁의 승리로 손권은 강남 지배가 확정되고 유비도 형주 서부에 세력을 얻어 천하 3분의 형세가 확정된다.

누구나 한번쯤, 그것도 남자라면 한번쯤 읽어봤을 법한 삼국지. 이 삼국지 중에서도 조조와 손권, 또 유비가 적벽에서 대전을 벌이는 적벽대전은 바로 이 삼국지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장면이다.  사실 나는 어릴적에는 읽어 보지 못했던 삼국지를 대학교에 와서야 처음 접하게 되었고 그에 대한 이해정도도 부족한 편이라..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배경지식이 부족한 편이었다.   

형주의 형제. "유비가 정사를 논하고 있을 때 채씨는 전당의 병풍 뒤에 숨어 이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유비를 처음 보았을 때 채씨는 그의 모습에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큰 키와 호리호리한 체구,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 축처진 두 귀등 외모가 매우 특이한 데다 코밑에 수염 하나 나지 않은 모습이 환관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유비가 형주에 유표에게 의탁하러 가는 장면부터 시작 한다. 때는 조조가 한실을 천자를 등에 업고 천하통일을 하려는 야망이 뿌리가 깊던 시절이었다. 그때 조조는 원소등의 장수를 차례로 굴복시키며 자신의 꿈을 이루려 노력한다. 드디어 때를 보던 조조는 형주까지 손에 넣으려 한다. 한편 강동에 다스리는 손권은 자신의 영토 지키기에 급급하다. 그리고 등장하는 제갈량. 그가 조조를 속여 10만개의 화살을 얻어오는 장면은 단연 최고의 지략가다운 면모였다.

이 책은 영화로도 먼저 개봉되었을 만큼, 그 영화 사진들이 책 내용에 맞게 수록되어 있어 책의 읽는 재미를 더한다. 머릿 속에서 상상했던 인물들이 실제 눈 앞에서 생생하게 그려질수 있는.. 그런 장면이 많아 책장을 넘기는 순간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먼저 이 책을 읽고 그다음 실제 영화 적벽대전을 다시 본다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이 책의 묘미는 또 ’한번 읽고마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는 데 있다. 삼국지가 스테디셀러로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도 읽어도 읽어도 늘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장군들, 하나 같이 지혜롭고 용감한 인물들이 등장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펼치는 ’대전’은 단지 그것이 중국의 역사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역사에서 재해석 될 수 있는 사건임이 분명하다. 그 본연의 역사를 알고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적벽대전 이야기를 읽으며 제 역사에 비추어 보고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을테다. 바로 그때 이 책 또한 삼국지에 이어 꾸준한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을 수 있다.

 "천하는 손에 넣을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지금도 궁금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