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빛나는 렘브란트의 빛. 렘브란트를 만나다. 이 책은 빛의 화가, 렘브란트의 명화는 물론 그림 설명, 짧은 시가 곁들어진 한 편의 렘브란트 그림에세이집이다. 시를 쓴 사람은 발로 메릴린 챈들러 맥엔타이어라는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대학교의 영문과 교수다. 그녀는몇년 전 남편과 함께 ''예술의 성지'인 암스테르담에 머물렀을 때. 그야말로 '빛을 따라' 국립미술관과 렘브란트의 생가를 찾는다. 자칫 사적인 여행담으로 머물렀을 법한 이야기지만 그녀의 감성적인 시 구절은 이 책의 백미가 아닐 수 없다. 덧붙여 렘브란트의 그득한 명화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준 큐레이터 조은정씨도 독자들에게 한없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 책의 맨 앞에서는 렘브란트의 '청년시절의 자화상'이 등장한다. 그것은 렘브란트 자신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구도에 코 주변까지 검게 그늘이 져있고, 머리은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다. 이런 그의 자화상은 아마도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전에 거쳐야야할 렘브란트, 그의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듯 하다.  22세에 불과했던 그의 섬세한 내면세계는 물론, 진지한 삶의 깊이까지.

'하늘에서 은은한 빛이 내린다. 불안한 아기의 눈길에 포근함을 전해주듯. 아기의 안위와 평안을 기원한다. 막 태어난 듯한 아기의 몸의 기력이 쇠한 노인. 삶과 죽음의 맞물림이다.'

이것은 '성전에서의 시므온'이란 그림에 대한 설명이다. '노인은 감히 아기를 받아들지 못한다. 그는 아기를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받들고 있다. 노인의 초점없는 눈으로 보아 그는 앞을 볼 수 없다. 아기의 눈은 노인을 향하고 여인의 힘없는 눈은 아기를 향한다.' 

눈도 침침해지고 빵조차 씹기 힘들어진, 노쇠한 렘브란트가 남긴 그림에 대한 설명이다.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아마 '이제는 눈을 감고도 느낄 수 있다. 세상을 느끼는 것은 육신만이 아니다.'라는 것..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아마도 렘브란트의 그림 뿐만이 아니라, 그의 인생에 대한 통찰은 물론 가슴이 먹먹해지는 메세지를 받을 것이다. 명화의 세계에서 대중이 단순히 그림을 보고 제목을 보는 것 만이 아닌, 조용히, 그러나 진지하게 제대로 '느낄 줄 아는 눈'을 키워주는 데 이만한 책이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