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대한 나의 단상은 고즈넉하고 사색적이고 왠지 철학적이라는 것. 이에 비해 아메리카에 대한 나의 선입견은 좋게 말해 자유분방하고 활기차다이다. 베를린에 관한 여행서적이 나왔다. 당연히 나의 눈길을 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지은이는 베를린에서 어떤 일을 겪었고, 그곳에서 얼마만큼 성장을 했을지, 또 우리에게 영국이나 프랑스만큼 알려지지 않은 독일의 관광지와 그네들의 삶을 다양하게 알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내게로 온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은 책표지와 그 속표지까지, 당연히 그 안에 담겨져있는 사진과 예주연씨의 설명까지 어쩜 그리 예쁘게 담아냈는지 감탄스럽다. 많이 두껍지도 않아 별로 부담감없이 잘 소화할 내용과 예쁜 사진들... 그 사진들이 책 한장에 가득 담아내려고 애쓰지 않은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요즘 책들은 저자의 사진들을 많이 담아내는라 바쁜데, 이번 책은 적당히 공간의 미학을 추구하며 담아낸것이 어째 편집부의 공이 더 들어간 것 같았다.^^

 이 책 한권에 베를린에 관한 많은 것이 들어가 있다. 단순히 유명관광지 즉, 예를 들어 무너진 베를린 장벽이라던지 맥주가 유명한 집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나는 처음 접했지만,,, ㅠ.ㅠ 나의 무식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윤이상작곡가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과연 우리의 남북한 현실이란 것은 무엇인지 되뇌이는 시간을 잠시나마 갖게된다. 또 독일올림픽때 손기정선수의 일장기 훼손 사건(현재 동아일보는 내가 싫어라하는 신문이지만 말이야...ㅜ,ㅜ)을 그곳에서 다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표지를 보면 20이라는 숫자가 보인다. 우선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아 20대의 푸릇푸릇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예감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그 20이라는 숫자가 저자가 체험한 베를린의 동서독 통일의 20주년(내년이 되면)을 의미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너무 부럽다. 그네들이 통일한지 벌써 20주년이라니... 미래의 일이지만 현재의 나는 벌써부터 독일이 부럽다. 

 베를린하면 독일병사와 아우토반, 메르세데스 벤츠, 엄격한 가정교육과 저녁 8시면 끝나는 가게들 등이 떠올랐다. 독일의 예술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바가 없다. 독일 소설로 괴테나 좀 알까... 그런데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베를린이 가난한 예술인들의 주무대는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이 소개된다. 과연 우리나라 수도 서울(땅값이 너무 비싼 이 대한민국의 수도말이야.)에도 가난한 예술인 집단지가 존재할 수 있는지 궁굼해졌다. 

 베를린~
 베를린은 저자에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한데 어우러져 숨쉬는 사람사는 향기가 풍기는 곳이었다.
 책을 탈고하고 다시한번 그곳에 갔더니 없어진 가게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저자의 경험을 같이 공유할 수 있게 빠른 시일 내에 나도 그곳에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