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대나온 여자에요."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을 했었다. 나는 "공대 나온 여자에요."라는 자부심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사실 제목으로 보아 결코 쉽지 않을 내용을 다루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으므로 이 책 읽기를 거부햇었다. 그러나 자꾸 이 책이 내눈에 들어왔고, 결국 "그래, 나는 공대 나온 여자야. 설마 까만 것은 글씨고, 하얀 것은 종이겠어?"라는 심정으로 이 책과 마주했다. 결과는?

 저자는 석사출신의 연구원이다. 그는 여러가지 연구를 하면서 우리나라 과학사의 발전을 도모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그 결과물이 내 손에 들어왔다. 그런데 공대 나온 나도 이 책을 읽으려면 어찌그리 쉽지 않은지... 누워서 읽을라치면 자꾸 잠이 쏟아지기도 하고, 아예 새벽에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서 제대로 공부한다 생각하고 읽었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점이란 이런 것이다.

 저자는 총 40가지의 위대한 실험을 나열해 놓았다. 그리고 그 실험의 의미와 영향력에 대해 설명한다. 당연히 물리학 실험이니깐 각종 수식이 난무한다. 공대 나온 여자도 힘든데, 문대 나온 아가씨(^^)라면 무지하게 힘들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이 책을 그냥 쉽게 한번에 읽어내려하는데서 오는 문제이다. 물리학의 진로를 바꿀 만큼 위대한 실험을 한개도 아니고 40개난 담고있는데, 그 위대한 실험의 과정과 의의가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 책은 우리에게 단순히 위대한 실험 40개를 알려주고 있는데 그치고 있단 말인가? 

 자,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글을 읽어보자. 읽어보면 알겟지만, 여러 수식이 나오고 그 영향이 후대에 어떻게 미쳐졌는지 설명이 되어있다. 인문학책처럼 읽자마자 단번에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는 우리의 태도에서 이 책은 어렵게 느껴졌던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얻어야하는 교훈은 사고의 과정과 실험정신, 그리고 자유로운 상상력,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기획력 등이 아닐까 싶다. 비록 어떤 이는 실험 40가지를 늘어놓은 책이라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맥스웰이 전자기파를 예언했고, 누군가가 그 전자기파를 이론적으로든 실험적으로든 설명을 할 수 있고, 입증을 했다는 것! 또한 그 전자기파를 발견한 사람(헤르츠)은 의도했든, 안했든 다른 사람이 또 거기서 착안해 다른 물리학의 발전을 도모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는 물리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자신의 지적 세계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내가 요새 인문학 책에 너무 빠져있었던 것 같다. 오랫만에 머리에 쥐가 나는 용어와 생소한 실험그림들... 삶이란 어차피 쉽지 않다면 이렇게 낯선 분야의 책도 가끔 읽어주는 것이 내 가치있는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도, 물리학 너는 쉽지 않아^^